타인의 기억이나 마음을 읽는 능력은 적어도 인간관계 안에서만큼은 한없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다. 초능력이 없는 상태에서도 인간관계는 이미 넘칠 만큼 복잡하고 쉽게 불행해진다. 오해와 대립은 흔한 일이며, 화해는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모래성이다.
초능력은 갈등의 증폭제다. 수많은 변수를 낳으며 기꺼이 불행을 향해 달려가게 만든다. 선택지는 얼핏 하나처럼 보인다. '인간관계의 휴정 상태'를 고수하는 것. '사랑도 증오도 없는' 무감정의 길을 걷는 것.
하지만 내면의 문을 영원히 닫아 둘 수는 없다. 애초에 길은 하나가 아니다. 사람은 '살아있음'의 상태만으로도 또 다른 선택지를 얻는다. 온전히 자기 자신만의, 자기 몫으로만 이루어진 선택이 아닐지라도, 결과물은 이전과는 다를 것이다.
**출판사 도서 협찬을 받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