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장소가 희망을 불러올 수 있을까. 누군가는 너무나 가볍게 희망을 이야기한다. 약속될 수도, 보장될 수도 없는 말은 내뱉은 순간 사라진다. 기록으로 명시된다 해도 결과물은 예측하기 힘들다. 모호한 만큼 닿을 수가 없다.
희망의 얼굴은 시시각각 변화해서 곁에 있어도 눈치챌 수 없다. 대단한 업적 끝에 다다를 수 있는 신기루인 동시에 사소한 순간에 나타나는 익숙한 형태의 무언가다. 때문에 희망에 대한 욕구는 본질적으로 부질없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무의식적으로 알면서도 사람은 희망을 원한다. 인류의 문명이 언제나 희망과 함께했듯이. 더 나은 무언가가 될 수 있다는, 더 나은 길로 향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나아갔듯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인류세의 끝에서도 인류는 여전히 희망을 찾고 있다. 이제 와선 망상에 불과할지 모를 이 낙관을 붙잡고 있다. 낙관이 모든 것을 뒤집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견딜 수는 있게 해줄 것이다. 견디는 행위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그 자리에 인간은 없을지도 모른다.
**출판사 도서 협찬을 받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