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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조각을 가지고 올게요

 

 

 

그러니까 시작은 『마션』이다.

 

 

              

                                                                                                                       She was always alone.

 

 

 

 

이토록 멜랑꼴리한 밤을 만드는 주범. 잠을 설친 새벽 비몽사몽 눈을 떠서 e-book을 읽었다. 그리고 라이카는 이토록 현실적이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마크 와트니 대신 그에게 씌어버린 주범의 주범이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고. 다시 지구에 올 때는 별의 조각을 가지고 온다던 라이카는 가는 도중 겁에 질렸고 공포로 숨이 멎었다. 타 죽었거나 부딪혀 죽었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그렇다 치자. 다시 지구에 올 때. 별의 조각을 가지고. 올게요. 엉엉. 어느날 나는 한 장의 사진 속에서 스푸트니크 2호에 탄(강제로 태워진) 라이카의 검은 눈동자를 보며 침묵과 억울이 섞인 울음을 울었다. <Space Dog>의 가사는 그저 거들 뿐이었다. 이 곡은 정말 Queen의 Bohemian Rhapsody보다 더 슬프잖아. 가사 있는 노래 중에 내가 가장 경이롭게 여기는 노래는 지금까지 <Bohemian Rhapsody>이다. 라이카는 알았지만 <Space Dog> 가사는 몰랐던 때까지.

 

 

 

# 내가 다시 지구에 올 때는 별의 조각을 가지고 올게요.

 

 

1957년 발사된 스푸트니크 2호에 태워진 개 라이카. 다시 오지 못하는 길을 간다는 걸 라이카는 알았을까. 돌아올 수 없다는 걸 몰랐듯 어디로 가는지도 몰랐겠지. 마지막 식사에 든 독을 먹고 안락사 되었다는 주장이 뒤바뀐 2002년. 실험에 참여한 한 과학자의 고백에 의해 라이카는 진입했을 때부터 공포에 질려 버둥대다 곧 그 불쌍한 짧은 생을 마감했다는 게 알려졌다. 인간이 잔인하다는 걸 태초부터 알았지만, 그 작고 연약한 생명을 아무런 대안도 없이 어떻게 그렇게. 아무것도 모른 채 우주선에 얹혀, 홀로 보내졌다. 어느 밤은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억울하면 잠이 오지 않는 버릇이 있는데, 언제부턴가는 실수해도 아파도 슬퍼도 잠이 오지 않는다. 좀 무서워진 적이 있다. 나이 먹을수록 두려운 게 많아진다는 건 확실히 이상하다. 겁 없을 때가 좋았는데. 어릴 때, 원하는 걸 얻으려는 인간이 한낱 개의 고통을 안타깝게 여길 리 없다고 생각했다. 얻을 것만 얻고 버리는 게 인간인데,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밥에 약을 탔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 인간의 이타성이니까. 역시! 라이카의 고통이 몇 시간(이나)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게 차라리 더 인간적인 게 아닐까.

 

 

그렇다면 우연한 사고(모래폭풍) 때문이기는 하지만 대책도 없이 혼자 남겨진 마크 와트니는 왜 이렇게 발랄한가. 나라면 그냥 우주복 껴안고 이불 뒤집어 쓰고 가만히 있다가 죽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인간은 그렇지 않다지만 다른 생각을 못하겠다. 만약 차라리 죽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면 어쩌지, 그런데도 잠에서 깬 아침 숨이 쉬어지고 앞이 보이고 팔다리가 계속 움직인다면. 나는 마크처럼 생물학을 전공하지도 않아서 감자도 못 키우고, 이과를 나오긴 했는데 공대는 안 들어가서 배운 화학 공식이 모조리 하나도 기억이 안나는데. 무엇보다 혼자. 그에게는 아직 혼자인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있는 것 같지만 다시 돌아갈 수 없고 먹을 게 없다는 것보다 나 혼자라는 게 나는 제일 슬프다. 자꾸 라이카가 떠올라서. 『마션』 읽고 마크가 아니라 라이카에게 빙의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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