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이런 거 물어봐도 될까요?"
"네. 편하게 말씀하세요."
"연봉이 얼마나 돼요?"
기대하고 나간 소개팅에서 받았던 질문이다(이런 걸 기대한 건 아닌데...).
그냥 대충 먹고 살 정도는 된다고 얘기한 것 같은데, 사실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경황이 없었다. 파스타가 코로 들어가 다시 입으로 나왔던 것 같다.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이 질문을 통해 행동의 정당성과 결정에 책임을 지게 했고 추론과 숙고하는 과정을 통해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도록 했다." - p.63
그녀가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을 익힌 터라면 그 질문은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다.
"수많은 음식점 중에서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와서 샐러드, 파스타, 피자 하나씩 주문했는데요. 여긴 생각보다 비싼 곳이죠. 전 충분히 이런 곳에 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원하신다면 더치 페이할 수도 있고요. 그런데 당신은 이런 곳에 절 데리고 올 정도로 소득이 높나요? 연봉이 얼마나 돼요?"
당시 내가 소크라테스식 반사(reflex)를 배웠다면, 이 같은 소수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듣고 흥미로운 관점, 새로운 생각을 찾아보려 했을 것이다. 이런 질문과 함께 말이다.
"세전이요? 세후요?"
"근로소득만 의미하는 건가요? 금융 소득, 기타 소득도 합할까요?"
"양이 적나요? 하나 더 시킬까요?"
애석하게도 난 질문의 깊은 뜻을 이해하지도 못 했고 질문과 상관없는 말들만 늘어놨다.
그녀는 어떻게 이런 질문을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태연하게 얘기할 수 있었을까?
왜 난 당당하게, 아니 위축되지 않고 대답하지 못했을까?
이 책은 그 어떤 질문에도 대답하지 못한다.
# 지적사항 1
"너 자신을 알라"는 때때로 나 자신이 이기적이고 무뚝뚝하며 '개자식'이거나 멍청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 p.111
여기서 '개자식'은 son of bitch 아닌가?
역자의 번역의 기술.
# 지적사항 2
저자의 '판단 연기'에 대한 일관성 없는 서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