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하루 종일 이 단어 하나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굥의 뜬금없던 계엄령 선포 만큼이나 그 실체를 정상적인 사고로는 도저히 가늠하기가 어려운 말이다. 굥의 쿠데타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후 그의 부역자들이 내뱉은 단어 하나가 사람을 이토록 서글프게 만든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하여 슬쩍 던지던 내각 총사퇴니 굥의 탈당이니 탄핵이니 하는 모든 말들을 저버리고 신속한 태세 전환을 하고 말았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억지 논리와 실패한 쿠데타는 '오죽하면 그랬겠냐'며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며 넘어가면 과연 쿠데타를 처벌할 근거는 존재나 할까. '오죽하면' 이란 이 불쌍한 단어 하나에 모든 책임을 떠넘겨버리고 스스로 파렴치하게 면죄부를 부여하고 있다. 인면수심의 파렴치함에 하루 종일 치가 떨린다. "쿠데타, 까짓것 그냥 한번 해봤어"라고 말하는 내란수괴와 "쿠데타, 까짓것 오죽하면 그랬겠냐"라는 부역자들, 그리고 "쿠데타, 까짓것 한번 해 줘봐. 오빠"라고 굥을 가스라이팅 했을 대통년까지...치가떨린다.
매년 학자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한다. 굥의 집권이래 2022년 과이불개(過而不改:잘못하나 고치지 아니 한다), 2023년 견리망의(見利忘義:이를 보면 의를 잊는다)은 해당년의 모습을 유의적절하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과연 2024년은 무엇일까. 하나 제안해본다. 2024년은 오죽하면(烏竹何免)이다. 그 의미하는 바는 "후안무치한 자들이 스스로에게 부여하고자 내뱉은 파렴치한 면죄부로 썩은 동아줄임이 금방 밝혀진다."라고 정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