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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가니 책상
묵집에서
잉크냄새  2024/08/15 20:47

묵집에서 


-장석남-


묵을 드시면서 무슨 생각들을 하시는지
묵집의 표정들은 모두 호젓하기만 하구려

나는 묵을 먹으면서 사랑을 생각한다오
서늘함에서
더없는 살의 매끄러움에서
떫고 씁쓸한 뒷맛에서
그리고

아슬아슬한 그 수저질에서
사랑은 늘 이보다 더 조심스럽지만
사랑은 늘 이보다 위태롭지만

상 위에 미끄러져 깨진 버린 묵에서도 그만
지난 어느 사랑의 눈빛을 본다오

묵집의 표정은 그리하여 모두 호젓하기만 하구려


어떤 사물로부터 무언가를 회상하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다. 묵을 먹다 이 시의 일부가 떠올랐다. 아슬아슬한 수저질에서 사랑의 위태로움이, 깨저 버린 묵에서 지나간 사랑의 눈빛이 떠오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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