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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가니 책상

빈 의자의 깊이 

                    -심재휘-


지난 여름 

뒷마당의 측백나무 울타리 가에 

깊이를 가진 의자 두 개를 두었더니 

그대가 즐겨 앉고 떠난 한 자리에 

오늘은 가을 저녁 빛이 앉았습니다 

당신 모습만큼만 앉았다 저녁연기처럼 

흩어집니다


아직도 당신이 앉아 있는 저 의자는 

밤낮 빈 의자입니다 

우리가 한 생애 동안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저렇듯 만질 수 없는 의자의 깊이뿐입니다


터질 듯 매달린 가을 열매들 곁에서 

비록 아무도 모르게 식어가는 저 의자이지만 

그 충만한 허공까지도 내 흔쾌히 사랑할 수만 있다면 

서늘한 의자에 그대처럼 앉아보는 나의 오늘이 

이렇게 외롭지는 않을 것입니다만


손으로 더듬어도 잘 만져지지 않는 것들도 있고, 의자에 내려 앉은 가을 저녁빛처럼 충만한 허공처럼 만져지는 것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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