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가보지 못한 길

아직 우리에게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헌재가 선고를 계속 미루고 있다. 설마 이번 주를 넘기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넘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고 표현해야 정확하겠다. 결국 이렇게 금요일이 지나고 또 주말을 맞이한다. 오늘 평소처럼 입고 나왔는데, 유독 바람이 강해서 추웠다. 하필 외부에서 지내야 할 시간이 많아서 더 추웠다. 찬 바람이 온 몸을 강타할 때는 몸이 덜덜 떨렸다. 아직 봄이 온 것이 아니구나. 몸도 마음도 너무 춥다.


3월은 참 바쁜 달이다.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말을 우리 동네 활동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이다. 활동가들은 원래 다들 바쁜데, 누군가 여러가지 이유로 일을 쉬는 상황이 발생하면, 유독 그 사람에 더 많은 일이 몰린다. 그래도 네가 출근을 하는 것은 아니니 더 여유가 있지 않냐 하는 얘기인데, 그 모임에서만 그런 얘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몸 담고 있는 여러 모임에서 다들 똑같은 반응이다 보니 결국은 훨씬 더 많은 일들을 떠안게 된다는 이야기. 그렇게 일이 많은데도 정작 주머니에 들어오는 수입은 없다는 슬픈 이야기.


몸담고 활동하는 공간들이 많다 보니, 그리고 그 조직들에서 나에게 요구하는 일들이 점점 더 많아지다 보니 나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많이 바빠진다. 지난 주와 이번 주는 정말 하루 하루 간신히 해야 할 일들을 억지로 쳐내고 있다는 느낌으로 버티고 있다. 원래라면 며칠 전에 마감을 했어야 할 일들을 며칠이 밀리고 또 밀려서 정말 이젠 더 이상 밀리면 큰일이 날 정도 시점에 간신히 마감을 치고, 그제서야 다음 일에 착수하는데, 그 일도 역시 이미 마감이 한참 지난 일이다. 그걸 마감을 간신히 치고 이제 또 다른 마감이 지난 일을 시작하기를 무한 반복.


이 와중에 돈은 조금씩이라도 벌어야 해서 가끔 야간에 물류 창고에 가서 밤새 일을 하고, 아침에 집에 들어와 쓰러져 잠들고, 한 서너시간 겨우 자고 깨서 다시 기어나와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다.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싶다. 아니 윤석열 탄핵이 얼른 확정이 되고 내란수괴로 다시 구속이 되고, 명태균 수사가 빠르게 추진이 되어서 홍준표, 오세훈 까지 죄를 파헤치고, 김건희도 다시 정상적으로 수사하는 등 세상이 상식적인 수준으로 움직여 준다면 이렇게 바쁘게 살아도 보람이라도 느낄 것인데, 세상은 이렇게 말도 안되는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나는 이렇게 죽어라 일을 해봐야 무슨 소용인가 싶다. 그냥 다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크다.


어제 물류창고에서 밤새도록 일을 하는데, 전날도 일찍부터 밖에서 여러 일들을 처리하고 오후에 창고로 출근한 거라서, 즉,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출근했기 때문에 너무 힘들고 피곤했다. 새벽 두 시 무렵에는 너무 졸려서 걸어 다니면서 졸 뻔했다. 평소 창고에 출근하는 날엔 오전에 다른 일을 하더라도 오후에 적어도 두 세시간은 낮잠을 자거나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에 오후 늦게 셔틀버스를 타는데, 어제는 그렇게 할 수 없이 일이 몰려서, 일을 하다가 셔틀버스 시간에 간신히 맞췄다. 그것도 혹시 셔틀버스를 놓치면 출근을 못 하게 되니 정말 죽어라고 뛰어서 간신히 셔틀버스를 탔었다. 오늘 새벽에 집에 돌아와 너무 피곤해서 겨우 몸을 씻고 누웠는데, 피곤하지만 또 배는 고파서 라면을 하나 먹고 기절하듯이 잠이 들었다. 이런 날엔 좀 쉬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또 일정이 빡빡하게 있었다. 한 세시간 자고 일어나서 씻고 나갔고, 추운 날씨에 계속 외부 일정이라 덜덜 떨면서 너무 힘들었다. 저녁에는 또 감사를 맡고 있는 총회가 있었다. 감사와 서기를 동시에 맡아서 감사 보고서 낭독을 마친 후에는 기록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내일 오전에 또 발표를 맡은 일정이 있어서 일찍 집에 가려고 했는데, 그래도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렇게 보낼 수가 없다는 사람들에게 붙들려 또 한참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다들 헤어지고 나서 내일 발표할 자료를 보면서 리허설을 좀 해보려고 했는데, 자료를 너무 급하게 만들다 보니 좀 아쉬운 부분들이 보였다. 급하게 다시 발표 자료를 보완하고 보니 11시가 훌쩍 넘었다. 오늘 힘들었던 하루 일과의 마지막은 알라딘 서재에 주저리 주저리 떠들어서 조금은 스트레스를 푸는 것으로. 얼른 집에 돌아가서 자야겠다. 내일은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발표 준비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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