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은 르완다 대학살을 소재로 한다.
프롤로그에 나오는 대화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투치족과 후투족은 왜 싸웠는지 알려준다. 영토가 달라서도 아니고, 언어가 달라서도 아니고, 종교가 달라서도 아니고 코모양이 달라서 싸운다는 말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을까?
10살 소년 가브리엘이 겪은 엄청난 이야기를 아주 담담히 그리고 있다.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엄마와 아빠 이야기이다. 열열히 사랑하고 자식을 낳았고 잘 살았다. 그런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모두가 상처받고 힘들어 한다.
투치족이었던 엄마는 아름답고 현명했지만 오랜시간 차별과 혐오를 겪으면서 트라우마를 겪는다. 그래서 아빠와도 갈등을 겪게 되고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 나서는 정신이상증세를 겪는다.
가브리엘은 엄마의 상처를 이해하려 애쓰지만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오히려 엄마를 배척하기에 이른다. 르완다 내전에 대해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고, 인간이 인간을 증오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게되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혐오와 복수, 악행이라는 감정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스며들어 온 가족을, 사회를 까맣게 변질시키는 모습들이 너무나 가슴 아프다.
소설의 문체가 아주 아름답고 순수해서 오히려 전쟁의 참혹함이 더욱 부각되는 점이 놀랍다. 너무나 순수하고 귀여운 가브리엘과 가족들의 모습과 실제 역사의 참혹함이 너무나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지방전체에 마체테가 배급되었고, 키갈리에는 대규모 비밀 무기 저장고들이 있고, 민병대가 훈련하고, 정규군이 그걸 지원하고, 동네마다 살해해야 할 인물 명단이 돌고, 유엔은 심지어 후투족 무장 세력이 20분마다 투치족 1천명을 죽일 수 있는 규모라는 걸 확인해 주는 정보까지 입수했어.- P171
라디오 진행자가 그 사람 말이 바퀴벌레는 모조리 죽어야 한다고 했어.그 말은 우리를 가리키는 거였어. 투치족. - P177
부룬디 대통령과 르완다 대통령이 어젯밤 살해당했어. 그들이 탄 비행기가 키갈리 상공에서 격추당했어.
나라 전역에서 투치족은 치밀하고 철저하게 학살, 청산, 제거되었다. - P197
예전과 똑같은 정오의 햇빛 아래서 사람들은 얼마 전부터 전혀 처벌받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살해했다. - P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