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6.9.16.
만화책시렁 882
《길가의 후지이 1》
나베쿠라오
이미나 옮김
학산문화사
2026.4.25.
풀 한 포기는 참으로 푸르기에 늘 푸근하게 우리 품으로 스미는구나 싶습니다. 풀 두 포기는 언제나 짙푸르기에 새삼스레 푸릇푸릇 누구나 푸지게 달래는구나 싶고요. 풀 뭇 포기는 그저 옅푸르기에 한결같이 푸른바람을 일으키면서 온빛을 풀어낼 테고요. 《길가의 후지이 1》를 읽습니다. 마흔 살이 넘은 아저씨인 후지이 씨라고 할 텐데, 혼자 조용히 지내는 듯한 후지이 씨는 “섞이려고 애쓰는 하루”가 아니라 “스스로 즐거울 하루”에 마음을 기울인다지요. 굳이 ‘조용히’ 지내려는 마음은 아니고요. 마음이 갈 일이 아니면 쳐다보지 않을 뿐입니다. 마음이 갈 일을 스스로 찾아나서고 헤아리고 즐길 뿐입니다. 요즈음은 온갖 놀잇감과 배움감과 구경감과 일감이 넘칩니다. 지난날에는 누가 부추기거나 알리지 않은 놀이·배움·살림·일입니다. 저마다 몸소 짓고 빚었으니까요. 재주꾼(전문가)인 누가 알려주어야 놀거나 일할 수 있지 않아요. 너도 나도 스스로 살림꾼으로서 보금자리부터 아늑히 가꾸면 됩니다. 입고 먹고 자는 하루를 손수 돌볼 적에 느긋하면서 산뜻합니다. 더 나은 길이 아닌, 스스로 걸어가는 길이면 됩니다. 둘레에서 좋아하는 길이 아닌, 스스로 사랑하는 길이면 되어요.
ㅍㄹㄴ
‘나도 나중에 후지이 씨처럼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나의 큰 착각이었다. 도무지 이렇게는 될 수 없다. 이 사람이 시시한 인간으로 보인 건, 내가 시시한 놈이었기 때문이다.’ 41쪽
“모두가 이해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제가 알면 되죠. 그리고 저도 오해했어요. 이시카와 씨가 이렇게 말씀을 잘 하시는 분인 줄은 몰랐네요.” 83쪽
“역시 요리도 학원에서 배웠어요?” “아뇨. 웬만한 요리는 어머니께 배운 레시피로 합니다.” 165쪽
#路傍のフジ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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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의 후지이 1》(나베쿠라오/이미나 옮김, 학산문화사, 2026)
예전에는 관심도 안 가는 공기 같은 존재였는데 괜히 신경 쓰인다
→ 예전에는 눈도 안 가는 바람 같았는데 자꾸 눈이 간다
→ 예전에는 없는 듯이 여겼는데 더 마음이 간다
→ 예전에는 눈밖에 났는데 오히려 들여다본다
12쪽
생일날인데 오늘 일진이 안 좋았네요
→ 태어난날인데 오늘은 안 좋네요
→ 빛나날인데 오늘 하루 안 좋네요
33쪽
친구도 없지, 고독한 중년남이잖아
→ 동무도 없지, 외로운 마흔이잖아
→ 벗도 없지, 쓸쓸한 아저씨이잖아
35쪽
웬만한 요리는 어머니께 배운 레시피로 합니다
→ 웬만한 밥은 어머니한테서 배운 대로 합니다
→ 웬만하면 어머니한테서 배운 밥차림을 합니다
165쪽
알고 싶지 않았던 일면을 알게 되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 알고 싶지 않던 모습을 알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 알고 싶지 않던 얼굴을 알아채면 어떡하시겠어요
181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