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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 요즘 10대를 위한 최소한의 어휘력
  • 이주윤
  • 15,120원 (10%840)
  • 2025-04-23
  • : 1,147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8.29.

까칠읽기 127


《요즘 10대를 위한 최소한의 어휘력》

 이주윤

 빅피시

 2025.4.23.



  ‘식물’과 ‘잡초’라는 먼나라 한자말 이름 사이를 오가다 보면, 막상 ‘풀’이라는 오랜 숲말은 낄 틈이 없다. 풀을 보면서 ‘풀’이라 하지 않으니, 아이도 어른도 왜 ‘풀’이라는 이름이면서 말밑인지 어림조차 못 할 뿐 아니라, 오히려 우리말이 어렵다고 잘못 여긴다. 게다가 ‘식물’과 ‘잡초’ 같은 먼나라 한자말을 그냥그냥 외우듯 길들면서 쓰느라, 이런 바깥말이 어떤 얼개인지 잊기도 한다.


  ‘풀’은 푸른 숨결을 나타내고, 풀어내는 길을 드러낸다. ‘풀’은 ‘불’처럼 봉긋하게 솟거나 돋는 모습이요, 풀이 푸르게 돋으면 땅과 둘레가 푸근하고 포근하다. 풀은 푸지게 자란다. 베고 또 베어도 푸르게 다시 돋는다. 뿌리를 건드리지 않으면 내내 누리는 나물인 풀이다.


  심는다고 해서 ‘식(植)’이라는 한자를 붙이고, 온·모두라고 해서 ‘잡(雜)’이라는 한자를 붙인다. ‘심다’는 ‘심·힘’과 나란하며 ‘시·씨’로 잇는다. 우리는 씨앗을 땅에 심는다. 풀과 나무는 ‘심빛’이자 ‘씨빛’인 셈이고, 온누리에 고루 있는 풀은 ‘들풀·들꽃’이다.


  《요즘 10대를 위한 최소한의 어휘력》(이주윤, 빅피시, 2025)을 돌아본다. 일본말씨인 ‘최소한의 어휘력’인데, 무슨 뜻일까? 왜 어린이와 푸름이한테 꼭 일본말씨나 일본한자말을 곁들여야 말힘(어휘력)을 기를 수 있다고 여길까?


  우리는 늘 처음부터 잘못 짚는다. 어느 갈래를 가르치거나 배우든 말부터 알아야 한다. 말을 모르고서야 길도 헤매고 일도 못 하고 아예 못 배운다. 이웃나라 사람이 이 나라에 일하러 올 적에 한말글을 안 배우면 어깨너머에 눈어림으로 따라하는데, 이러다가 으레 다친다.


  바깥말·이웃말(외국말)을 제대로 배우려면 언제나 마땅히 우리말부터 제대로 배울 노릇이다. 먼저 우리가 늘 쓰는 수수하고 쉬운 말씨부터 제대로 갈고닦은 바탕이 서야, 어떤 바깥말이나 이웃말도 찬찬히 듣고 말하고 배우고 익힌다. 그렇지만 어린배움터이건 푸른배움터이건 하나같이 우리말을 깔보거나 업신여긴다. ‘최소한의 어휘력’을 짚는다는 이 책도 매한가지이다. 정작 우리말이 왜 우리말인지 짚지 않는 채 이런 일본한자말과 저런 중국한자말을 아무리 짚는들 헛바람이게 마련이다.


  덧뺄나곱을 익히지 않은 아이한테 루트나 함수를 들먹인들 뭘 알아듣겠는가. 덧뺄나곱을 차근차근 오래오래 가다듬고서 셈값을 마음껏 다룬 뒤에라야 다른 모든 셈길을 하나씩 열 수 있다.


  쓰는 사람에 따라 다른 말이요,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른 말이다. 그래서 좋은말·나쁜말이란 아예 없다. 다 다른 자리를 밝히면서, 다 다른 마음을 그리는 말이다. ‘젊다’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되, ‘절다’를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더라. 그러나 ‘절다’란 한쪽으로 기운 몸을 가리키는 낱말일 뿐이고, 몸이 한쪽으로 기울듯 몸짓도 마음도 한쪽으로 기울듯 치닫는 나이인 사람을 ‘젊다’라 여긴다. 젊은이는 새롭게 배우고 싶은 마음으로 여기저기 뛰어들고 부딪히기에 으레 다치거나 힘들면서 절름거리게 마련이라고 여긴다. 이렇게 여기저기 뛰어들며 활활 타오르는 ‘끓는피’를 차분히 잠재울 만한 때에는 ‘점잖다(젊지 않다)’고 여긴다. 점잖은 때란, 그냥 나이만 많은 사람이 아닌, 어느 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으면서 차분하게 둘레를 보는 눈썰미를 키우는 때로 접어든다는 뜻이다.


  영어 ‘사이코’를 들을 적에 말하거나 듣는 사람에 따라 달리 받아들일 테지. 그런데 이 영어도 좋거나 나쁜 말이 아닌, 그저 어느 결을 나타내거나 그릴 뿐이다. 돌아이(또라이)라 할 적에도 마찬가지이다. 남들처럼 안 하기에 돌아이일 테지만, 내가 나로서 나답게 하려고 하니 “길미(이익)가 아닌 삶(나다운 길)을 바라보는 사람”으로 돌고돌며 돌아가고 동그랗게 동무하는 매무새인 ‘돌아이’이다.


  “어휘가 지닌 의미”가 아닌 ‘말뜻’을 익히면 된다. ‘말결’을 살피면 된다. ‘말빛’을 보면 된다. ‘말씨’를 읽으면 된다. ‘말길’을 알아가면 된다. 말꼬를 트면서 말살림을 가꾸는 하루를 살아내면 된다. 말을 나누면서 마음을 나누고, 마음을 나눌 말을 주고받으면서 우리 삶과 살림과 사랑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을 틔우면 된다. 어렵게 말하는 모든 책은 덧없다.


ㅍㄹㄴ


《요즘 10대를 위한 최소한의 어휘력》(이주윤, 빅피시, 2025)


저처럼 어휘가 지닌 의미를 몰라 부끄러운 과거를 쌓아가는 친구가 한둘이 아닌 모양입니다

→ 저처럼 말뜻을 몰라 부끄러운 밑길을 쌓아가는 동무가 한둘이 아닌 듯합니다

→ 저처럼 낱말뜻을 몰라 부끄럽게 지내는 동무가 한둘이 아닌 듯합니다

4쪽


한 학생에게서 이런 제보를 받았거든요

→ 누가 이렇게 알리더군요

→ 누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 누가 한마디를 들려주더군요

4쪽


어떤 과목이든 문제를 읽고 이해하는 데 기본적으로 국어 실력이 필요합니다

→ 어떤 갈래이든 풀거리를 읽고 알려면 우리말부터 익혀야 합니다

→ 어떤 밭이든 길을 읽고 살피려면 우리말부터 다져야 합니다

5쪽


그 결과 글자는 읽을 수 있지만 글의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 그래서 글씨는 읽을 수 있지만 글결을 못 읽는 사람이 늡니다

→ 그래서 글씨는 읽지만 줄거리는 모르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5쪽


이 책 한 권을 완독한다고 해서 바로 어휘력 달인이 될 수는 없겠지요

→ 이 책을 마치고 나서 말을 잘 알 수는 없겠지요

→ 이 책을 다 읽더라도 말을 잘 할 수는 없겠지요

6쪽


제가 낮아지면 조카가 높아지고 조카가 낮아지면 제가 높아지기를 수십 번

→ 제가 낮으면 조카가 높고, 조카가 낮으면 제가 높기를 스물 서른 마흔

→ 제가 내려가면 조카가 올라가고, 조카가 내려가면 제가 올라가기를 한참

17쪽


하나의 언어를 사용했었지만 분단의 세월이 길어짐에 따라 많은 부분이 달라졌습니다

→ 같은 말을 썼지만 갈라선 나날이 길면서 크게 다릅니다

→ 한말을 썼지만 나뉜 해가 길면서 서로 확 다릅니다

→ 한말글을 썼지만 오래도록 따로 살면서 무척 다릅니다

23쪽


사전적 정의에 저의 의견을 덧붙여 두 단어를 정리해 보자면

→ 낱말풀이에 제 나름대로 덧붙여 두 낱말을 추슬러 보자면

→ 제 나름대로 말풀이에 덧붙여 두 낱말을 갈무리해 보자면

47쪽


그냥 대충 봉투라고 뭉뚱그려 말해도

→ 그냥 자루라고 해도

→ 뭉뚱그려 자루라고 해도

48쪽


위에서 살펴본 표현들이 모두 너무 직접적인 것 같아 입 밖으로 꺼내기가 망설여진다면 에둘러 말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 앞서 살펴본 말이 너무 맞받는다 싶어 망설인다면 에둘러 말할 수 있습니다

→ 앞서 살펴본 말씨가 너무 거리낌없어 망설인다면 에둘러 말해도 됩니다

62쪽


위의 문단에서 ‘가능한 한’이라는 말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는 분들이 계시리라 짐작됩니다

→ 이 대목에서 ‘되도록’이라는 말이 조금 낯선 분이 있으리라 봅니다

→ 이 자리에서 ‘아무쪼록’이라는 말이 좀 안 맞는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65쪽


정확한 어휘를 써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말과 행동이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 말을 바르게 쓰면 말과 삶이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 말을 옳게 쓰면 말과 몸짓이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 말을 똑똑히 쓰면 말과 삶결이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110쪽


개중에 하나만 말해보자면

→ 하나만 말하자면

→ 하나만 들자면

→ 하나만 꼽자면

118쪽


늦장이라 말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이에 백기를 든

→ 늦장이라 말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이에 손을 든

→ 늦장이라 말하는 사람이 늘고 이에 두손을 든

118쪽


마지막으로 소신 발언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제 뜻을 밝히겠습니다

→ 제 마음을 밝히며 마무리하겠습니다

125쪽


실생활에서 누군가를 빈정거려봤자 본인이 얻는 이득은 없으므로

→ 막상 누구를 빈정거려 봤다 스스로 얻을 일은 없으므로

→ 살면서 누구를 빈정거린들 나한테 이바지하지 않으므로

125쪽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공중에 붕 뜬 기분이 든다면 그것이 바로 행복의 시작입니다

→ 가슴이 콩닥콩닥하고 하늘에 뜨는 듯하면 즐거운 하루입니다

→ 가슴이 뛰고 날아오르는 듯하면 신나는 오늘입니다

179쪽


요즘 제 삶의 낙은

→ 요즘 사는 재미는

→ 요즘 즐거운 일은

252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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