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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뒤꿈치



  서서 오래 일하며 땀빼면 앞꿈치가 욱씬거린다. 이렇게 일하는 날은 저녁에 절뚝절뚝 걷는다. 발바닥에 불이 나듯 저릿저릿하다. 집에서 “아이고. 아이고.” 소리를 내면서 비틀거리지만 밥을 짓고 부엌일을 한다. 빨래를 하고, 몸을 씻고, 빨래를 마친 옷을 마당으로 들고 나가서 천천히 물을 짠다. 우리집 나무하고 들꽃한테 헹굼물을 베푼다.


  오늘 새벽에 논두렁을 신나게 달린다. 어찌저찌 집에서 06:39에 나섰다. 옆마을을 지나가는 첫 시골버스를 06:40에 타야 한다. 시골은 으레 늦으니 얼른 달린다. 책짐을 진 채 땀내어 달리니 06:45요, 막 지나가려는 시골버스를 손흔들며 잡는다. 고맙게 타서 자리에 앉으니 왼뒤꿈치가 송곳으로 쑤시듯 아프다.


  논두렁을 달릴 적에 오른고무신이 자꾸 벗겨지려 했다. 새신으로 바꾼 지 한 달이 안 되는데 벌써 닳을 수 없을 텐데. 벗겨지려는 오른고무신에 마음을 쓰며 달리느라 왼발이 너무 힘들었구나 싶다. 아주 빡빡하게 집을 나선 터라 논두렁을 달리면서 쉴 겨를을 못 냈다. 오른고무신이 벗겨지려 하더라도 왼발에 더 힘주면서 끝까지 달렸다.


  고흥읍에서 시골버스를 내릴 즈음은 못 걷을 만큼 아프고 쑤신다. 겨우 순천 시외버스를 탄다. 순천에서 시외버스를 내리고서 서울버스로 갈아탈 적에 끙끙거린다. 정안쉼터에서 뒷간을 가려고 내리려다가 그만둔다. 도무지 못 걷겠다. 그런데 서울길 한켠에서 길이 제법 막힌다. 서울에 일찍 닿으려고 부산을 떨었으나 덧없는 짓이 된다. 그러나 순천 08:40 서울버스가 아닌 고흥 08:30 서울버스를 탔다면 서울에 훨씬 늦게 닿았으리라.


  이러구러 서울나루에 닿아서 내리자니 왼발이 덜 욱씬거리지만 무척 아프다. 절름절름 천천히 걷는다. 아기 아장걸음보다 느릿느릿 나아간다. 이제 쇳길(전철)을 갈아탄다. 안국동 가는 데까지 선다. 선 채로 있자니 발이 덜 아프다. 안국나루에서 내리고 걸으니 아직 아프되 이렁저렁 내딛을 만하다. 오늘 뵐 분을 뵙고서 등짐을 내리니 한결 수월하다. 뒤꿈치가 찌릿찌릿하되 아주 느리지는 않다.


  잎물집에 앉아서 이야기하고서 일어난다. 꽤 낫는다. 다시 쇳길을 탄다. 빈자리가 나서 앉는데 옆에 털썩 앉은 아지매가 손전화를 만지작대며 자꾸 옆구리를 친다. 자리에서 일찌감치 일어선다. 한마디 하려다가 그만둔다. 짐을 메고서 걷는다. 섬돌을 오르내릴 적에는 거의 안 아프다만, 판판한 길을 걸을 적에는 찌릿하구나.


  마침내 부산버스 타는 데까지 온다. 모든 짐을 내리고서 맞이칸에서 뒤꿈치를 주무르고 푼다. 곧 나으리라. 서울서 부산으로 달리는 한나절(4시간)이면 꽤 나을 테지. 서울-부산 기차표는 빈자리가 아예 없고 비싼데, 버스표는 빈자리가 널널하고 싸다. 사상나루로 가면 쇳길을 갈아타야 하니 노포나루로 간다. 노포나루에서는 쇳길을 안 갈아타고서 〈책과아이들〉까지 바로갈 수 있다.


  고흥은 비가 더 내릴까. 우리집은 이제 늦여름비가 그칠까. 부산은 날이 갤까. 부산도 밤에 별을 만날 수 있을까. 어젯밤 고흥에서는 쏟아지는 미리내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비바람이 씻은 밤하늘은 가없이 반짝이는 별잔치이다. 늦여름 가시는 길에 조금은 쉬엄쉬엄, 아니 제대로 싸목싸목 다니자. 땀흘린 등판이 축축하다. 2026.8.19.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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