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버림받을
네가 기쁘다고 여긴다는 마음이라면, 네가 슬프다고 여기는 마음하고 다를까.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나 속으로 헤아리는 길은 달라 보일 수 있어. 그렇지만 삶이라는 곳에서 기쁘지 않거나 슬프지 않을 일은 없어. 모두 하루를 이루는 길이거든. 기뻐야 좋거나 낫겠니? 슬프면 안 좋거나 나쁘겠니? 밤을 맞이하면서 볕을 쉬어야 잠들 수 있어. 하루가 모조리 낮이라면 숨붙이는 그만 말라죽어. 밤이 없이 낮만 있으면 돌바위는 모두 삭아서 모래가 돼. 낮을 쉬면서 밤을 맞이하기에 이동안 이슬이 내리지. 밤과 새벽에 동글동글 돋아나는 이슬은 풀꽃나무와 논밭을 살릴 뿐 아니라, 집도 시원하게 살려. 바람에 가볍게 물기운이 서리면서 모두 새롭게 자랄 수 있어. 밤이 없으면 잠도 이슬도 없을 테니까, 누구도 못 쉬면서 메마르지. 슬프기에 안 나빠. 물결은 오르내리는걸. 오르는 만큼 내리고, 내리는 만큼 올라. 다치는 만큼 아물고, 앓는 만큼 알아차려. 다치는 일이 없으면 닿는 일도 없고, 다가가거나 다가오는 일이 업으니, 서로 나누면서 담을 빛도 없지. 올라도 기뻐하고 내려도 기뻐할 일이야. 슬퍼서 울면서 스스로 씻어내고, 제힘으로 씻고 털어내기에 스스로 일어서는 기운이 샘솟아. 바다가 흘러서 물빛으로 맑게 적시고 살리는 길을 읽어 봐. 바다는 빗물로 온누리를 돈다면, 사람·짐승·푸나무는 온몸에 핏물이 돌아. 비워서 비우니 빛나는 빗물을 나누는 바다야. 너희 몸을 도는 ‘피’는 ‘비’와 마찬가지로, 몸에 생기는 부스러기에 티끌에 먼지를 비워서 새몸을 빚고 새길을 빛내는 핏물이야. 누구나 버리는 일이 없고, 버림받는 일이 없어. 돌고돌면서 제자리를 찾고 새자리로 간단다. 돌고돌면서 제빛을 찾고 새빛을 일으켜. 돌면서 돌아보는 빛이 온몸에 흐르는 줄 느낄 노릇이야. 2026.8.12.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