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구원
심지 않은 씨앗은 싹트지 않아. 심은 씨앗이기에 싹터. 심지 않은 씨앗이 싹트기를 바라기에 헛물을 켜. 어떻게 심을는지 모르는 채 아무렇게나 심으니, 아예 씨앗이 죽기까지 해. 네(내)가 바라보는 곳에 네(내)가 있어. 네(내)가 바라보는 곳이 아니라면 네(내)가 있을 일이 없어. 어떻게 가든 누구나 ‘먼저 어디에 있는지’부터 알아야 하고, ‘이제 어디로 갈는지’ 그려서 똑똑히 알아야 하지. 모르는 곳에 왜 가겠어? ‘어디’를 그리지 않았으니까 ‘아무곳’이나 가게 마련이고, ‘아무곳’이란 뭔지 모르는 투성이일 테지. 낯설기에 모르지 않아. 낯설기에 차분히 둘러보면 하나씩 알아보면서 눈길을 틔울 수 있어. 처음이기에 모르거나 못 하지 않아. 씨앗을 심지 않은 마음이라서 모르거나 못 해. 씨앗을 심고서 차분히 돌보는 삶이기에, 처음이든 낯설든 어느덧 익숙하고, 바야흐로 씨앗이 싹터서 숲을 이루는 길에 이른단다. 누가 도울는지 생각하렴. 네(내)가 그리지 않은 사람은 도울 수 없어. 이웃손길을 바란다고 할 적에는, 이웃이 누구인지 그릴 노릇이고, ‘이웃이 펼 손길’도 낱낱이 그릴 노릇이야. 스스로 할 적에도 그리고, 이웃을 바랄 적에도 그리지. 비를 그리지 않는 곳에 비가 내릴 수 없어. 비를 반기지 않는 곳에 비가 알맞게 오는 일이 없어. 비를 노래하지 않으니 비없는 날인 가뭄일 테고, 애써 내리는 비를 사랑하지 않으니 벼락비가 세차게 퍼부으면서 휩쓸고 말아. 돕는 빛은 늘 모든 사람 눈망울에서 비롯해. 누가 어떻게 언제 왜 어디에서 도울는지 너(나) 스스로 그릴 노릇이야. ‘하늘’이 돕기를 바라면, 네(내)가 스스로 “하늘이 되”면 돼. ‘너(나)’가 스스로 하늘이 되지 않으면, 너는 하늘빛(하늘도움)을 받을 수 없어. 너(나)는 여태 늘 ‘빛’이었고, 오늘도 빛이며, 앞으로도 빛이야. 모든 사람이 저마다 빛인 줄 알아볼 적에 서로 돕는단다. 2026.7.28.불.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