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폐교철거 아닌 폐교활용으로 (2차 학교복합시설사업 공모’가 있는데)
교육부에서 지난 2026년 6월 1일에 공고를 내고서, 6월 30일부터 8월 11일까지 사업공모를 받는다고 하는 ‘2차 학교복합시설사업 공모’가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공모사업이 있는 줄 여태 모르다가, 바로 어제(2026.7.28.) 서울로 강의를 와서 처음 들었습니다. 서울 어느 이웃님이 알려주었습니다. 저는 2011년부터 전남 고흥에 깃들면서 국어사전을 씁니다. 국어사전을 쓰는 기초자료이기도 하지만, 도서박물관으로 꾸리려고 고흥군 도화면에 있는 흥양초등학교(폐교)를 빌려서 16년 동안 문화예술교육터전으로 삼아 왔습니다.
전남광주에는 ‘폐교활용조례’가 있습니다. 전남광주의회는 폐교를 활용하여 문화예술교육을 살리는 일을 하는 개인과 단체한테 무상으로 빌려주자고 의결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개인으로서 국어사전을 씁니다만, ‘고흥온마을대학’이라는 마을협동조합 회원으로서, 고흥에서 온마을대학을 펴는 배움길(교육사업)에 뜻을 함께하면서 고흥 어린이와 푸름이를 마주하는 일도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어떤 ‘영리사업’이 아닌 ‘자원봉사’ 얼거리로 2011∼2026년 동안 폐교를 임대해서 문화예술교육터전으로 이끌어 왔는데, 여태 ‘무상임대’를 받은 적이 없기도 하지만, 고흥교육지원청에서는 2026년 6월 11일을 끝으로 ‘임대 계약 연장’조차 하지 않겠다고만 밝히기까지 합니다.
마감이 코앞인 ‘2차 학교복합시설사업 공모’이기에, 올해에는 넣기 어렵다고 봅니다. 그러나 ‘교육부 폐교활용 지원사업’은 올해를 첫발로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교육부에서 이야기하는 만큼, 2027년에 고흥군에서 흥양초등학교 같은 곳을 지원사업으로 넣도록 한 해 동안 차근차근 서류를 꾸리고 살필 만하다고 봅니다. 고흥군청에서 20% 자부담예산을 헤아려야 한다고 하지만, 교육부에서 120억 원이라는 목돈을 선뜻 내어준다고 할 적에는, 앞으로 20년과 30년과 50년 앞을 새롭게 일구는 밑거름이자 씨앗으로 삼으라는 뜻일 테지요. 그래서 20% 자부담예산을 전남광주특별시 지원예산을 비롯해서 여러 기관에서 펴는 기금을 1년 동안 알아보면서 맞추어 볼 수 있다고 여깁니다.
무엇보다도 고흥 어린이와 푸름이가 고흥읍과 도양읍 같은 큰 중심부뿐 아니라, 면소재지 같은 주변부와 작은마을에서도 “곁에 있는 폐교가 되살아난 문화예술교육터전이 있구나, 이런 곳이 생길 수 있구나!” 하고 느끼는 길을 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고흥군이 살아나려면 고흥에 뿌리를 내려서 아이를 낳아 돌볼 젊은일꾼이 늘어야 합니다. 고흥을 사랑하며 아이를 낳아서 돌볼 젊은일꾼은 ‘서울과 같은 대단위 쇼핑몰이나 문화센터’보다는 ‘들숲메바다라고 하는 자연환경과, 이러한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삼은 폐교활용문화공간’을 반긴다고 느낍니다. 앞으로 20년 30년 50년을 바라볼 적에도, 이제부터 차근차근 폐교활용을 하나씩 늘리는 쪽으로 고흥교육지원청과 고흥군청이 한마음으로 나서면 기쁜 일이면서, 폐교활용을 하는 내용(프로그램)은 고흥에 깃드는 문화예술교육인이 스스로 새롭게 하나하나 짜고 엮고 펼치면서 어깨동무를 하면 넉넉하다고 봅니다.
폐교시설이 안전등급이 낮게 나온다고 여기면서 철거하려 하면, 참 쉬운 행정관리입니다. 그러나 전국을 보면, 흥양초등학교보다 훨씬 오래되고 낡은 건물도 외형을 고스란히 살리면서 ‘지나온 생활문화와 지역문화를 되새기고 후세에 물려주자는 뜻’이라는 교육효과와 문화효과가 있다고 여겨서, 내외부를 보강하고 고치는 데에 힘쓰면서 되살리는 길을 늘려갑니다. 보기 하나만 들자면, 충북은 충북도청을 고스란히 되살려서 〈그림책정원 1937〉이라는 이름으로 2026년에 새롭게 열었습니다. 자그마치 90년을 충북도청으로 이은 오랜 건물을 ‘그림책도서관’이라는 얼개로 새롭게 짰습니다. 고흥군 관내 폐교보다 훨씬 오래된 90년짜리 낡고 오래된 건물이라지만, 외형을 보존하고 내부를 제대로 고치고 손질해서 여는 〈그림책정원 1937〉은 충북 지역민과 어린이와 푸름이한테도 이바지하겠지만, 충북 청주라는 고장에 눌러앉거나 이주하고 싶다는 마음까지 일으킬 만한 문화예술교육터전입니다.
저희가 16년 동안 임대했던 고흥군 도화면 흥양초등학교라면 〈푸른말숲 19○○〉처럼 이름을 붙여서 이 시골마을에서 어떻게 배움씨앗과 배움꿈을 키우려 했는가 하는 발자취를 함께 선보일 만합니다. 시골이라는 터전에서 푸르게 너울거리를 들숲을 속삭이는 새배움터요, 국어사전이라고 하는 책이 태어나는 밑자리인 고흥이라는 뜻을 살리는 〈푸른말숲〉이라고 하면, 도시문명에 지치고 힘든 서울이웃이 전남광주 고흥군으로 가볍게 마실하듯 찾아오는 노둣돌 노릇도 톡톡히 할 만하다고 봅니다. 폐교에는 관사가 딸리게 마련입니다. 오랜 건물처럼 오랜 관사도 작은 숙소로 고쳐놓으면, 오롯이 별밤으로 누리는 시골빛을 품으면서 “우리말은 이렇게 푸르구나!” 하고 새삼스레 배우는 길잡이를 이룰 수 있습니다.
모든 문화와 예술과 교육은, 정부와 지자체가 한뜻으로 움직이면서 모든 사람한테 베푸는 정책도 있어야 합니다만, 이러한 정책을 살펴서 어린이와 푸름이와 일반시민 누구한테나 펴는 몫은 ‘한 사람 한 사람(개인)’으로 지역에 뿌리내리면서 살아가는 작은일꾼(문화예술교육인)입니다. 작은일꾼 한 사람 한 사람이 지역 어린이와 푸름이를 저마다 ‘한 사람 한 사람’으로 마주하면서 손잡고 걸어가는 길을 틔우는 새터로도 폐교활용을 먼저 살필 일이라고 봅니다. 이제는 폐교철거 계획을 모두 정리하고서 폐교활용 계획을 세우는 고흥군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폐교관리가 어렵다고 여기면서 자꾸 철거해서 없애려고 하면, 고흥군과 같은 시골마을은 더 빠르게 무너지고 사라지며, 귀촌인도 발길을 끊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려운 폐교관리라고 하는 행정관리가 아닌, 마을사람이 마을에 뿌리내리면서 스스로 천천히 한 땀씩 일구는 문화생활과 푸른살림(시골생활)이 어우러지는 길을 지켜보고 돕는 고흥교육지원청과 고흥군청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2026.7.29.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