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너보다
너보다 낫거나 나쁜 사람이 있을까? 너보다 좋거나 좁은 사람이 있니? 모든 숨결은 고스란히 하나이되, 저마다 다르게 ‘겉’을 입고서 ‘속’을 나눠. ‘겉’은 다르고 ‘속’은 나란히 담는 뜻을 읽어낸다면, 네 손길이 닿는 곳이 빛나면서 꽃이 피어나. 겉과 속을 함께 읽는 눈을 틔우지 않을 적에는 네 손이 닿는 곳마다 닳아서 어느새 먼지로 사라져. 똑같은 하나인데, 어느 손이 닿으면 빛나고, 어느 손이 닿으면 빛바래지. 어느 손은 길을 틔우고, 어느 손은 길들여. 너는 어느 손길이니? 너는 어떤 손으로 하루를 살면서 가꾸니? 네 손이 닿는 곳마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길을 틔우니? 네 손이 닿는 데마다 닳고 바래고 삭아서 죽어가는 길로 무너뜨리니? 너보다 못하거나 잘하는 사람이 없어. 모두 스스로 배우려는 길을 가면서, “나는 누구일까?” 하는 말씀을 알아보려고 하는 하루를 살아. 자, 생각을 하자. “나는 빛손인가? 아니면 빈손인가?” 하고 돌아보렴. “나는 빚는 손인가? 아니면 나는 빚지는 손인가?” 하고 물어보렴. 이곳을 함께 누리는 누구나 파란하늘을 마시면서 푸른들숲과 숨결을 나누는 줄 알아채면 돼. 파랗게 쉬면서 푸르게 틔워. 푸르게 쉬면서 파랗게 일으켜. 모든 물방울은 늘 물방울이야. 크거나 작은 물방울이 없이 끝없이 모이고 흩어지면서 놀고 나는 물방울이야. 모든 바람은 늘 바람이야. 크거나 작은 바람이 아니라 끝없이 흐르고 춤추면서 노래하고 즐거운 바람이야. 너와 너를 둘러싼 모든 사람이 반짝이는 별톨로 마주하는 오늘 이곳에 해가 뜨고 지는구나. 너보다 빨리 가는 사람이 없어. 너보다 늦게 가는 사람이 없어. 서로서로 바라보고 마주보며 빙그레 웃는 너와 내가 여기에 있어. 2026.6.17.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