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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이 글을 써놓고서 넉 달을 묵히다가 이제 걸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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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민소매 첫봄에



  오늘(3.2.)부터 민소매를 걸친다. 깡똥소매는 덥더라. 가을겨울과 첫봄까지 깡똥소매를 고맙게 누렸다. 고흥읍 빵집지기 한 분이 《열두 달 소꿉노래》를 보고 싶다고 하셔서 책을 들고서 큰아이하고 마실을 한다. 그림책만 건네려다가 노래꽃 하나를 옮겨적어서 곁들인다. 아직 제비는 안 보이지만 곳곳에 제비꽃이 오른다. 이제 한봄으로 건너가는 볕은 아주 따뜻하다. 이불이 보송보송하고 빨래가 곧 마른다.


  집으로 돌아가는 시골버스를 기다리면서 ‘국문과 교수님 창비시선’을 가만히 읽는다. 버스나루는 왁자하다. 내가 선 옆에서 이웃일꾼(이주노동자) 아지매가 낳은 어린이가 종알종알 쉬잖고 입을 달싹이고 엄마한테 착 달라붙는다. 아이 입에서 나오는 말이 노래책(시집)을 이룬다.


  읽던 책을 덮는다. 어쩌다가 ‘국문과 교수님 시인’은 말놀이도 말너울도 말살림도 아닌 ‘말만들기·문학만들기’를 해야 할까. 모든 아이는 어린배움터에 깃들고서 열 살 무렵까지 모두 노래님인데, 어쩌다가 이 많은 노래님은 열한 살부터 ‘쭉정이 입놀림’으로 뒹굴고 말까.


  “여기 봐 봐, 여기 봐 봐. 잘 봐.” 하는 아이 목소리는 구슬로 구른다. “엄마 엄마, 있지.” 하면서 이야기를 자꾸자꾸 자아올리는 아이 말소리는 제비랑 박새랑 참새랑 꾀꼬리가 날아오르는 빛살로 흐른다. 바야흐로 창비시선을 덮고서 눈을 감는다. 아이 말소리를 하나하나 귀담아듣는다. 새가 춤춘다. 구름이 너울거린다. 파란바람이 감겨든다. 푸른꽃이 고개를 내민다. 첫봄이 살그마니 떠난다. 2026.3.28.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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