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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숲노래 책읽기 / 읽는 나 + 읽는 바보

읽는 목소리 (검열)



  이제는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라는 얌전(고상)한 이름으로 바뀐 곳에 조그맣게 깃든 ‘간행물윤리위원회’라는 데가 있다. ‘간행물윤리위원회’는 나라에서 가위질을 대놓고 하는 곳이었다. 이 나라에서 태어나는 모든 글(책·신문방송·교과서·잡지)과 그림(영화·사진·영상·예술)과 노래(음반)는 맨 먼저 ‘간행물윤리위원회 검정필·심의필’을 받아야 했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은 ‘검정필·심의필 가위질’을 신나게 휘둘렀다. 김대중 무렵에도 이들 가위질은 걷히지 않았다. 노무현 무렵에 이르러서야 겨우 ‘검정필·심의필 가위질’이 조금 수그러들었다.


  정태춘·박은옥 씨는 ‘검정필·심의필 가위질’을 받지 않겠다는 뜻으로 ‘무단음반’을 한참 내놓았고, 서태지 씨가 ‘검정필·심의필 가위질’을 받느니 “음반을 안 내겠다”고 외친 뒤로 하루아침에 “음반 검정필·심의필 가위질”은 자취를 감추었다.


  어떤 목소리이든 홀가분하게 낼 수 있어야 들꽃누리(민주국가)이다. 외곬로 길들이거나 물들일 적에는 사슬나라(독재정치)가 판치게 마련이다. 여태 ‘검정필·심의필 가위질’을 치워내려고 기나긴날에 걸쳐 숱한 사람이 땀흘렸고 피흘렸다.


  그런데 어찌된 셈인지, 나라가 거꾸로 돌아간다. ‘입틀막법(2026.7.7.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태어나고야 만다. 그야말로 ‘입틀막’을 하겠다는 재갈이자 차꼬이다. 겉으로는 ‘거짓말(가짜뉴스)’을 솎아낸다고 하지만, 들꽃길(민주주의)은 ‘이야기(대화·타협)’로 모든 일을 풀어가는 얼거리일 뿐이다. 재갈이나 차꼬를 물리는 입틀막으로는 어떤 들꽃길로도 못 간다. 이름만 바꾼 ‘검정필·심의필 가위질’을 선보이면서 잘못값(제제금·과징금·벌금)을 크게 물리겠다고까지 하는 판이다.


  “거짓말만 바로잡겠다는데 뭐가 잘못이냐?” 하고 말하는 분은 참으로 가위질에 휘둘리는 셈이다. 나라(정부)가 잘못 매기고 엉뚱하게 따져서 서른 해나 쉰 해 동안 눈물로 지새운 분이 수두룩하다. 우리 스스로도 나라가 휘두르는 몽둥이와 주먹질에 호되게 시달렸다. 굴레(일제강점기·군사독재)를 벌써 잊었을까? 조선 500해에 걸쳐서 ‘임금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한 마디라도 읊다가는 목아지가 날아가던 일을 잊었을까? ‘임금뿐 아니라 벼슬아치(양반·사대부) 앞에서 굽신거리지 않으면, 땅바닥에 엎드리고 고개숙이지 않으면 목숨을 빼앗기던 일’을 어느새 다 잊었을까?


  우리는 ‘이야기’로 서로 만나서 말을 나누면서 일을 풀 노릇이다. ‘가위질(근절법)’을 앞세워서 미리 도려내고 값(벌금)을 잔뜩 물리는 재갈을 세우지 않아야 할 일이다. 나라는 사람들이 누구나 왼쪽에 서건 오른쪽에 서건 가운쪽에 서건 스스로 즐겁고 아름답게 어울리는 길을 틔우는 일에 땀흘려야지. 애먼 칼자루를 나라가 쥐면서 휘두르지 말아야지.


  입맛에 맞는 추킴말(주례사비평)만 들으면서 구름에 올라앉고 싶은 무리가 늘 가위질이라는 무시무시한 주먹을 휘둘렀다. 지난날(1970∼2010)에는 ‘간행물윤리위원회 검정필·심의필’이었다면 오늘날(2026)에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라는 허울좋은 이름으로 우리 입에 재갈을 물리고 팔다리에 차꼬를 채우면서 입틀막을 하려는 짓이다.


  눈을 떠야지 싶다. 민낯을 읽어내고 참빛을 보아야지 싶다. 이 나라는 ‘국가보안법’부터 아직 멀쩡하다. ‘십지지문채취’라는 넋뜬짓을 아직 고스란히 한다. 엊그제(2026.7.5.) “아이돌 리센느 거제사투리를 난데없이 일베말씨라고 헐뜯은 김현지 피디(이분은 '어른 김장하'를 찍었다고 한다)와 조국 씨”가 있는데, 이렇게 뜬금없이 사투리를 깎아내리며 비아냥대는 ‘거짓말(가짜뉴스)’조차 ‘법’이 아닌 ‘들불’로 다스려서 쳐내면 될 뿐이다. 말을 나누면서 마음을 틔우는 곳이 들꽃누리이다. 다 다른 사람이 나란히 말을 섞으면서 생각을 밝히는 터전에서 어깨동무가 싹튼다. 우리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모든 허튼짓을 바로 우리 손으로 다시금 걷어낼 일이다. 2026.7.6.달.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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