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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6.6.22. 비에는 비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도서박물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누가 “눈에는 눈”이라 왼다면, 저는 “비에는 비”라 욉니다. 누가 “이에는 이”라고 왼다면, 저는 “별에는 별”이라 욉니다. 앙갚음을 해야 한다고 여기는 목소리가 있다면 “앙갚음을 해서 뭐가 후련하나요?” 하고 여쭙니다. 언제나 모든 앙갚음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끝없이 맴돌며 서로 죽이고 미워하는 굴레입니다. 앙갚음을 하는 동안에는 ‘지음(창조)’이 없어요. 지겹도록 미움씨를 뿌리면서 지지리 못난 발톱을 세우느라 막상 너도나도 보금자리를 망가뜨리면서 숨결을 갉습니다.


  살림물이란 모두 살리는 물입니다. 이놈만 살리거나 저놈은 죽인다면 살림물이지 않습니다. 시골에서 뿌리는 ‘농약’은 그저 ‘죽임물’입니다. 논밭에 심은 한두 가지 씨앗만 남기고서 모조리 죽이거든요. 죽임물(농약)을 뿌리면 논에서는 벼도 죽임물을 머금고 밭에서는 과일과 낟알과 푸성귀가 고스란히 죽임물을 빨아들여요. 이뿐 아니라, 죽임물은 거미와 벌나비를 모조리 죽입니다. 죽임물은 참새와 박새와 딱새와 까마귀와 제비와 왜가리와 꿩과 뜸뿍새와 할미새도 몽땅 죽입니다. 죽임물은 잠자리와 개구리와 맹꽁이와 뱀과 구렁이와 고양이와 개도 죽입니다.


  지난날에는 막말(욕) 하나를 다스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면, 어느덧 ‘미움말(혐오표현)을 다스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으면서, 이제는 막말(욕)을 다들 아무렇지 않게 쓰더군요. 더구나 요사이는 옳은말(정의구현·PC·WOKE)을 앞세워서 막말(욕)도 미움말(혐오표현)도 함부로 써대기까지 합니다. ‘이쪽’에 안 서는 사람이라면 “탱크로 밀”거나 “몽둥이로 두들기”거나 “참교육을 해야” 하거나 하나같이 사납게 쏘아대는 말이 넘칩니다.


  ‘옳은말’이란 워낙 ‘오른말(오른쪽에 서는 말)’을 가리킵니다. ‘바른말’도 워낙 ‘바른손(오른손)에 서는 말’을 가리킵니다. 오늘날 누가 옳은말(정의구현·PC·WOKE)을 하는가 하고 지켜보면 몹시 아리송합니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똑같이 싸우려고만 할 뿐, 마음을 나누는 말을 주고받을 틈을 서로 도무지 안 내려고 합니다. 길이 다르니까 만나서 말로 풀어야 하는데, 길이 다르다면서 ‘화살말(공격표현)’만 잔뜩 쏟아붓는 굴레요 불늪입니다.


  언제나 “비에는 비”입니다. “숲에는 숲”입니다. “해에는 해”이고, “사랑에는 사랑”입니다. 우리가 서로 ‘사람’이니, “사람에는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마주할 노릇입니다. 왼쪽도 오른쪽도 아닌 ‘사람’입니다. 왼팔도 오른팔도 나란히 ‘팔’입니다. 왼눈도 오른눈도 언제나 ‘눈’입니다. 왼길도 오른길도 고스란히 ‘길’이니, 옳거나 그르다고 따지면서 갈라놓고서 싸울 적에는 늘 우두머리(권력자)가 뒤에서 팔짱끼고 구경하면서 웃게 마련입니다.


  우리는 ‘두 눈’으로 볼 노릇입니다. ‘두 손’으로 일할 하루입니다. ‘두 발’로 걸으면서 오가고 만나면 됩니다. 다른 두 손이기에 맞잡으면서 아름답습니다. 다른 두 몸이기에 언제나 하늘빛으로 파란바람을 마시는 한마음인 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 옛노래에 “훨훨 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살갑구나.” 하는 한마디가 있습니다. ‘암 + 수’요, ‘어 + 버(어버이)’입니다. 누가 앞이나 뒤가 아닌, 나란히 서는 길을 밝히는 즐거운 하루입니다. 우리말은 늘 ‘왼오른’이라 밝힙니다. 우리말은 ‘오른왼’이 아닌 ‘왼오른’입니다. 그러나 ‘왼’을 먼저 말하더라도 ‘오른’을 나란히 둡니다.


  수수하고 쉬운 모든 말마디에 도사리는 슬기로운 숨빛을 읽을 적에 누구나 사람으로서 사랑을 찾으며 살림을 짓습니다. 수수하고 쉬운 모든 말마디를 거스르거나 안 쓰거나 등지거나 잊는다면, 사람빛과 사랑빛과 살림빛과 숲빛을 다 팽개치는 굴레입니다. 시골 논밭에 잔뜩 뿌려댄 죽음물을 씻어내는 비가 차분히 내립니다. 비는 모두 씻고 달래면서 살립니다. 언제나 비에는 비입니다.


ㅍㄹㄴ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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