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14 이웃집 극우?
책벌레수다 : 밉말(혐오표현)은 안 아름답다
노래하는 사람은 하루를 온해(100년)로 맞아들여서 누린다. 노래하지 않는 사람은 온해를 살아도 모두 똑같은 하루로 갇힐 테고. 노래하는 사람은 언제나 놀이를 하면서 노을을 품는 마음이니, 모든 하루가 새롭다. 노래를 안 하는 사람은 노래가 없으니 놀이가 없는데다가 아침노을이든 저녁노을이든 안 쳐다보는 터라, 언제나 낡아가고 늙어가는구나 싶다.
“고양이는 먹을 수도 없는데 도토리를 줍는 게 뭐가 재미있죠?” “코유키 너도 먹지도 못하는 버섯을 따면서 재미있어하잖아? 그거랑 똑같아.” … “승자한테 상품은 필요 없어여! 그저 명예만이 있을 뿐!” ‘착한 일을 했더니 기분이 좋네여. 오늘 간식은 최선을 다해서 프리미엄 달라고 졸라야지.’ 《줄무늬 고양이 코우메 25》 131, 140쪽
지난날에는 ‘오른쪽’에 서던 사람들이 ‘극좌’라고 빨간띠를 붙이면서 따돌리고 괴롭히고 죽이기까지 했다. 오늘날에는 ‘왼쪽’에 선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극우’라고 빨간띠를 붙이면서 예전에 ‘오른쪽’ 무리가 했던 짓을 고스란히 되풀이한다. 지난날 사납게 춤추던 칼부림을 치워낸 자리라면, 이제는 서로 어깨동무하면서 ‘함께짓기·함께빚기·함께심기·함께돌봄·함께가꿈’이라는 ‘함께살림·함께살기’로 나아갈 노릇이지 않을까? 왼쪽은 왼쪽이고 오른쪽은 오른쪽이다. 우리 몸에서 왼손만 쓸 수 없고, 오른손만 쓸 수 없다. 왼눈이나 오른눈으로만 보다가는 ‘외눈·외곬’이라 여긴다. 왼다리와 오른다리를 나란히 써서, 왼발과 오른발로 똑같이 내딛을 적에 비로소 ‘걷다’를 이룬다. 그러니까 우리가 이 별과 이 땅과 이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길이란, 너하고 나를 쩍쩍 가르는 ‘극좌·극우’라는 빨간띠가 아니다. “그래 넌 왼쪽이구나”랑 “그렇구나 넌 오른쪽이네” 하고 받아들이면서, 더 자주 만나서 ‘이야기(대화)’를 할 일이다. ‘함께’를 바라보면서 왼오른발을 함께 쓸 노릇이다. ‘함께’를 헤아리면서 왼오른손을 함께 다룰 노릇이다. ‘두손모아’ 고요히 바랄 수 있다. ‘손모아’ 참하게 그릴 수 있다.
“움푹이가 모른다 해도 손가락여우는, 아니 콩알개는 그 아이의 집안을 기억하고 있어서 그 애 주변을 맴돌고 있을지도 몰라.” “그래, 맞아.” “결국 우리 생각이 그만큼 빗나갔다는 얘기야.” 《콩알만한 작은 개》 156쪽
오른무리가 왼무리를 함부로 따지고 재고 자르는 짓은 멍청했다. 왼무리가 오른무리를 깔보고 얕보고 모자라다고 놀리거나 손가락질하는 짓도 멍청하다. 누가 더 잘못했다거나, 누구야말로 말썽거리라고 끊거나 가를 일이 아니다. 이쪽 삿대질이건 저쪽 손가락질이건 똑같이 얄궂다. 우리가 할 일은 삿대질도 손가락질도 아닌 ‘두손잡기’여야 하지 않을까? “이 모습을 보렴” 하고 짚어 주고, “이 별에서 함께 살아가는 길이란 무엇일까?” 하고 물어보고 귀여겨듣는 길을 열어야 하지 않을까? 작은길(소수자)을 작은씨앗으로 삼아서 돌보고 아끼려면, 작은길뿐 아니라 왼길과 오른길이 나란히 서면서 가운길을 바라보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할 노릇이다. 가운길을 잊거나 잃거나 팽개친 채 뿔뿔이 흩어지는 왼길과 오른길로 싸움박질만 붙일 적에는 그저 불바다이다. 우리 스스로 왼이나 오른이라는 하나만 외따로 고르려고 할 적에는 그야말로 예나 이제나 피비린내가 흐르는 불바다에서 헤맨다.
아침에 또 간다의 진보초로 향했다. 이와나미서점과 고서점에 들러 책을 좀 샀다. 그리고 오후에는 직원들에게 줄 가벼운 선물을 좀 샀다. 이런 데 신경을 쓰는 것이 좋은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고 또 번거롭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직원들을 대하면서 살아야 될 것 같다. 그동안 어떻게 보면 가족이라는 생각보다 종업원이라는 생각이 더 짙게 작용했던 적이 많았던 것은 아닐까? 《잠보 잠보 안녕》 79쪽/1985.12.7.
‘그들·그놈들’이라는 말도 언제나 따돌림말(혐오표현)이다. ‘극좌·극우’라는 빨간띠도 언제나 사납말(혐오표현)이다. “쟤네들은 왜 저래?” 하고 눈꼴시게 흘기면서 ‘따지기(분석·평가)’를 할 때가 아니다. “그래, 우리 좀 만나서 터놓고 이야기를 해보자!” 하고 손을 맞잡고 천천히 들길을 거닐면서 끝없이 말을 나누어야 할 때이다. 왼손으로는 오른손을 잡아야지. 오른손으로는 왼손을 쥐어야지. 둘이 나란히 손잡는 어깨동무로 나아가면서 ‘말나눔(이야기)’을 하지 않는다면, 서로 옳다(정의)고 목소리만 높이는 끔찍한 불늪으로 잠길 테지. 누가 옳으니 그르니 하고 따지는 일은 나쁘지 않다만, 따지기만 하니 싸우고 겨루고 다투다가 불이 붙느라, 둘 다 일을 안 한다. 우리는 ‘일’을 할 사람이다. 버스일꾼이나 택시일꾼이 왼켠이건 오른켠이건 그저 버스를 몰고 택시를 몬다. 가게지기가 오른켠이건 왼켠이건 누구나 맞이하면서 살림을 사고판다. 책집지기가 왼켠이라면 왼켠만 손님으로 맞아야 하나? 책집지기가 오른켠이라서 오른켠만 책손으로 삼아야 하나? 책집지기는 왼켠이거나 오른켠일 수 있되, 손님맞이는 늘 ‘가운자리’로서 할 노릇이요, 모든 책은 ‘가운눈’으로 살피면서 읽고 익혀서 나눌 노릇이다.
“쓰레기네! 뭐야? 왜 그렇게 자신이 넘쳐? 설마 정말 멋있다고 생각해서 얘기했어? 바보 아냐?” … 그동안 인생을 살면서 미와가 만난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했던 그녀의 빛. 미와의 밑바닥 인생에서는 결코 쌓을 길이 없었던 기적적인 인간관계였다. 《미와 씨 행세를 합니다 7》 66∼67, 163쪽
우리는 이제 “이웃집 극좌”도 “이웃집 극우”도 아닌 “이웃집 너”를 만나러 담벼락부터 허물어야 한다. 이웃집은 왼도 오른도 아닌 그저 ‘이웃’이다. 이 땅에 찾아와서 일하는 사람이 ‘이웃일꾼(이주노동자)’이듯, 이 땅에서 오래도록 옆집에서 살아온 사람도 ‘이웃’이다. 이웃을 마주하면서 이으려 하기에, 말이 흐르고 흐르며 잇는 길인 ‘이야기’라고 한다. ‘읽다’란 ‘일다 + 익다’이다. 물결이나 바람이 흐르려면 이곳과 저곳 사이를 흐르면서 잇는다. 나하고 다른 너를 만나서 잇는 마음을 물결과 바람처럼 일으키면서 새길을 익히려 하는 매무새라서 ‘읽다’라고 한다. 바야흐로 누구나 ‘읽을’ 때이다. ‘외우기’가 아닌 ‘읽기’를 할 때이다. 왼켠만 높이거나 오른켠만 높이려 하니까 골이 파인다. 왼켠을 낮추거나 오른켠을 낮추려 하니까 부글부글 끓는다.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을 노릇이다. 손을 잡고 어깨동무를 할 노릇이다. ‘함께’를 바라보는 하늘빛으로 살림하는 하루를 열기에 비로소 ‘읽기’요, 읽고 일구면서 일으키는 임(님)으로 마주한다.
“안 내키면 굳이 안 도와줘도 돼. 니코는 내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야. 그러니 책임지고 보호자 역할을 계속할 거고.” … “모이짱, 왜 그런 옷을 입고 있어? 아 참, 나 있잖아! 산타 할아버지를 만났어! 너무 행복해!” “하하, 잘됐네. 정말 잘됐어.” 《위치 워치 16》 15, 170쪽
‘나’는 네 곁에서 “이웃집 나”이면 된다. 우리는 ‘이웃말’을 배우면 된다. 이제부터는 ‘외국말’이 아닌 ‘이웃말’을 서로서로 배우면서 마음을 잇고, 이야기를 하고, 읽고 쓰기를 즐기고, 바다와 바람처럼 맑게 일어나는 하루일을 하면 된다. 코앞이나 옆에 있어도 이웃으로 여기지 않으니 ‘놈’이라고 하찮게 밀쳐낸다. 눈앞에서 마주하지만 이웃으로 삼지 않기에 ‘남’이라고 슥슥 지나친다. 눈을 뜨면서 만날 때에, 나부터 밝다. 눈을 감고서 등지니까, 나부터 캄캄하다. 이웃집에는 극우도 극좌도 없다. 이웃집에는 그저 이웃이 있다. 이웃이 어느 길을 걷든 받아들일 수 있을 때라야, 우리 스스로 어느 길이든 아름답게 걷는다.
ㅍㄹㄴ
《줄무늬 고양이 코우메 25》(호시노 나츠미/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25.3.15.)
#キジトラ猫の小梅さん #ほしのなつみ #ねこぱんちコミックス
《콩알만한 작은 개》(사토 사토루/햇살과나무꾼 옮김, 논장, 2001.8.15.)
#佐藤さとる #コロボックル物語 #だれも知らない小さな國
《잠보 잠보 안녕》(윤형두, 범우사, 1995.12.27.)
《미와 씨 행세를 합니다 7》(아오키 유헤이/원성민 옮김, 대원씨아이, 2026.4.30.)
#ミワさんなりすます #靑木U平
《위치 워치 WITCH WATCH 16》(시노하라 켄타/원성민 옮김, 대원씨아이, 2025.3.31.)
#ウィッチウォッチ #篠原健太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