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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숲노래 책숲마실


안 읽은 책 (2026.1.23.)

― 부산 〈파도책방〉



  아직 안 읽은 책이 있습니다. 이제 읽는 책이 있습니다. 아직 모르는 책이 있습니다. 이제 알아가는 책이 있습니다. 아직 알쏭한 책이 있습니다. 이제 환하게 열고서 살피는 책이 있습니다. 모든 책을 다 읽을 틈이 없지 않습니다. 어느 책이건 읽을 틈을 내지 않을 뿐입니다. 서두르니까 못 하거나 걸립니다. 느긋하니까 풀면서 맺습니다.


  지난날에는 ‘읽기’라고 하면 “좋거나 나쁘다는 잣대를 안 내세우면서, 모두 배우는 삶이라 여기는 읽기”였습니다. 요즈음은 “좋은 것만 골라내어 외곬로 치닫는 읽기”로 갇히는 듯싶습니다. ‘달리기’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달리다’라 하면 따로 옷이나 신을 차려입고서 꾀하는 몸짓이 아니었어요. 언제 어디에서나 바람을 가르는 길이 ‘달리기’입니다. 이제는 모임을 꾸리고 우루루 몰리고 겨룸마당에 나가야 ‘달리기’인 줄 잘못 여기고 맙니다.


  부산 사하구 감천동 마을책집에서 다리를 쉰 다음 보수동으로 건너갑니다. 마을버스로 옮기는데 이웃꾼(관광객)이 꽉꽉 탑니다. 이웃꾼은 ‘먹고 마시고 쓰고 구경하는’ 곳을 넘어서, 부산 곳곳에 깃든 작은책집으로도 마실할 수 있을까요. 〈파도책방〉에 가만히 깃들어 책빛을 마십니다.


  여태 읽은 책을 되읽지 않아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여태 ‘밥’을 먹었으나 오늘도 밥을 먹는걸요. 이제껏 ‘숨’을 쉬었는데 오늘 새로 숨을 쉬고요. 이미 읽은 책도 “아직 안 읽은 책”으로 삼아서 되읽을 적에 새롭게 배웁니다. 아직 모르는 낯선 책도 “앞으로 읽을 책”으로 삼아서 처음 펼 적에 두근두근 배웁니다.


  모든 곳에서 배우기에 삶입니다. 모든 책을 곁에 두기에 살림입니다. 모든 말을 아우르면서 사랑으로 다스리기에 사람입니다. 삶과 살림과 사랑이라는 결을 새롭게 맺고 잇고 풀며 이야기하기에 사람인 줄 알아차리면 느긋합니다.


  차분히 읽기에 참하게 익힙니다. 착하게 일구기에 찬찬히 이룹니다. 책이라면, 차분하면서 참하고 착하기에 찬찬히 나누는 꾸러미이지 싶습니다. 함께 피어나려고 이야기를 담는 꾸러미요, 같이 자라나려고 어깨동무할 씨앗을 얹은 보따리예요.


  우리가 어른이라면 “아이가 물려받아 생각씨앗을 즐겁게 보금자리에 심을 터전”부터 차근차근 가꿔야지 싶습니다. 어른으로서 어른답게 어진 빛을 나누려면, 언제나 “어린이한테서 배우는 즐거운 살림길”을 지을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오늘 우리나라가 어지럽거나 어수선하다면 “아이곁에 안 서고, 어린이한테서 안 배우는 늪”에 잠겼다는 뜻입니다. ‘나이든 이끼리 노닥거리는 곳’은 불늪(지옥)입니다.


ㅍㄹㄴ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피에르 바야르/김병욱 옮김, 여름언덕, 2008.2.20.첫/2008.3.3.2벌)

#PierreBayard #How to Talk About Books You Haven't Read (2007년)

- 가디언

《앨비의 또 다른 세계를 찾아서》(크리스토퍼 엣지/민지현 옮김, 크레용하우스, 2017.8.30.첫/2018.2.26.2벌)

#ChristopherEdge #The Many World Of Albie Bright (2016년)

《로고스 총서 10 피아제》(마거릿 보든/서창렬 옮김, 시공사, 1999.2.10.첫/2001.9.10.2벌)

#Piaget #MargaretBoden

《노무현은 배신자인가》(강준만, 인물과사상사, 2003.12.16.)

《나스카 유적의 비밀》(카르멘 로르바흐/박영구 옮김, 푸른역사, 1999.5.18.첫)

#Botschaften im Sand #RohrbachCarmen #마리아 라이헤

#MariaReiche (1903∼1998)

《散步の達人 280號》(武田憲人 엮음, 交通新聞社, 2019.6.21.)

《집이 아니라 방에 삽니다》(신민주, 디귿, 2021.4.16.)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오세라비, 좁쌀한알, 2018.7.9.)

《자본주의 키즈의 반자본주의적 분투기》(이혜미, 글항아리, 2021.7.9.)

《너는 나의 그림책》(황유진, 메멘토, 2021.3.22.)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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