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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 구멍청
  • 백희나
  • 15,300원 (10%850)
  • 2026-05-01
  • : 58,925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6.6.12.

그림책시렁 1810


《구멍청》

 백희나

 Storybowl

 2026.5.1.



  두멧골 구멍에서 빛을 건져올려서 꿀물이나 단물이나 달콤물을 빚을 수 있고, 이 물을 서울내기한테 내주어서 몸마음을 달랜다고 하는 줄거리를 다루는 《구멍청》입니다. 여러모로 보면 ‘구멍물’은 ‘구멍술’이라 할 만합니다. 어린이한테 들려주는 줄거리로 짜려고 ‘구멍물’로 살짝 바꾸었구나 싶습니다. 시골내기라면 하루일을 마치면서 지치거나 고단하지 않습니다. 시골에서 흙을 만지면서 일할 적에는 언제나 새가 노래하고 나비가 춤추고 바람이 간질이고 해가 보듬으면서 구름이 쉬어가라고 그늘을 내어주거든요.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개구리가 떼노래를 하고 뭇새가 떼가락을 펴며 하나둘 돋는 별이 온마음을 다독입니다. 그렇지만 서울내기는 새도 나비도 바람도 해도 별도 몽땅 없고, 나무도 풀도 꽃도 볼 겨를이 없습니다. 무시무시하게 내달리는 달구지(자동차)는 밤낮없이 시끄럽게 울려퍼지고, 땅밑을 달리는 쇳덩이도 언제나 귀청을 찢는 쇳소리를 낼 뿐 아니라 빽빽하게 들어찬 사람은 ‘사람 아닌 짐짝’과 같아요.


  그러니까 생각해 봐야 합니다. 우리 몸은 ‘물 + 바람 + 빛’으로 이룹니다. 바탕은 물이고, 물에 바람을 타서 숨이 도는데, 숨을 돌리려면 빛을 받아들입니다. 낮에는 햇빛으로 밤에는 별빛으로 숨돌리면서 쉬기에 몸을 살립니다. 이 얼거리를 알아챈다면, 값진 밥이나 꿀이나 단물이 아니라, 그저 해바람비라고 하는 숲가락을 가만히 받아들이는 동안 앙금이건 찌꺼기이건 티끌이건 부스러기이건 씻어내게 마련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서울에서 살더라도 마당이 있으면서, 이 마당에 나무를 심어서 새를 부를 수 있으면 됩니다. 그러나 서울에서 100억짜리 잿더미(아파트)에서 살되 나무 한 그루 심을 마당이 없다면, 제아무리 값진 밥이나 단물을 들이켜도 언제나 지치고 고단하면서 시들시들 죽어갑니다. 지친 몸마음은 꽃밥이나 꽃물로 못 고칩니다. 우리 몸마음은 새와 나비와 별과 바람과 해와 나무를 나란히 둘 적에 저절로 낫습니다.


  아무래도 오늘날에는 아이어른이 거의 모두(99%) 서울내기로 스스로 갇혀서 살아가는 터라, 서울내기를 달래려는 뜻으로 《구멍청》 같은 줄거리를 ‘만들’었구나 싶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게 만들’더라도 숨결을 못 살립니다. 얼핏 달래는 시늉은 될는지 몰라도, 이튿날 다시 쳇바퀴인걸요. 그래서 또 ‘단물’을 바라게 마련이고, 또 시달리면서 지치고, 또 단물을 바라다가 어느새 죽어버립니다.


  꼭 깊은메에 깃들어야 빛나는 샘물을 얻지 않습니다. 샘은 깊은메에서 조금조금 솟되, 천천히 골짜기를 적시면서 내를 이루고, 들을 적시는 가람이 되다가, 개(갯벌)를 거쳐서 바다로 나아가요. 바다로 나아간 샘물은 어느새 바닷물로 넘실거리다가 문득 아지랑이로 바뀌어 하늘로 오르더니, 구름으로 뭉치고서 빗물로 돌아옵니다. 빗물은 온누리를 북돋우고 살린 뒤에 새삼스레 땅밑으로 깃들어 샘이 됩니다. 이 같은 푸른별 살림길을 읽고 이어서 이야기를 엮을 때라야, 꾸밈짓(캐릭터)이 아닌 ‘꾸림길(살림짓기)’이라는 하루를 아이어른한테 차근차근 들려주면서, 누구나 스스로 깨어나는 길로 갈 수 있습니다.


ㅍㄹㄴ


《구멍청》(백희나, Storybowl, 2026)


맛있는 요리와 신기한 효능으로 유명하지만

→ 맛있는 밥과 놀라운 빛으로 드날리지만

→ 맛밥과 빛살로 이름높지만

1쪽


그들의 성질은 아주아주 섬세하여, 진귀한 재료를 찾아 제대로 된 요리를 완성했을 때에만 손님을 맞이한다

→ 이들은 아주아주 가녀려서, 값진 밑감을 찾아서 제대로 밥을 지을 때에만 손님을 맞이한다

→ 이들은 아주아주 곱살해서, 드문 살림감을 찾아서 제대로 차려낼 때에만 손님을 맞이한다

2쪽


음식값으로는 입지 않게 된 헌 옷을 받을 뿐

→ 밥값으로는 입지 않는 옷을 받을 뿐

→ 밥값으로는 헌옷을 받을 뿐

2쪽


옷 갈아입는 것을 매우 즐기기 때문이다

→ 옷 갈아입기를 즐기기 때문이다

→ 옷을 즐겨 갈아입기 때문이다

→ 옷놀이를 즐기기 때문이다

2쪽


깊고 깊은 산속을 헤매던 중 좀처럼 만나기 힘든 양질의 구멍을 발견했다

→ 깊고깊은 멧골을 헤마다가 좀처럼 만나기 힘든 멋진 구멍을 본다

→ 두멧골을 헤마다가 좀처럼 만나기 힘든 훌륭한 구멍을 찾아낸다

6쪽


이런 구멍이라면 최상급의 구멍청을 만들 수 있다

→ 이런 구멍이라면 빛나는 단물을 빚을 수 있다

→ 이런 구멍이라는 머드러기 꿀물을 낼 수 있다

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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