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6.6.2.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백신애·최진영 글, 작가정신, 2022.12.20.
시원스레 죽죽 내리는 비이되 하늘은 하얗다. 새벽과 아침에 신나게 쏟더라도 머잖아 그치겠다고 느낀다. 한낮에 이르자 감쪽같이 멎고, 어느새 조금씩 개며, 멧자락 너머로 새파랗게 눈부신 하늘이 보인다. 저물녘에는 모든 구름이 걷히더니 별이 나온다. 얼추 이레 만에 별을 보는 듯싶다. 개구리도 풀벌레도 노래하는 철로 접어든다.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를 읽으며 갸웃했다. 두 사람 사이에 무슨 끈이 있는지 모르겠고, 한 사람이 남긴 글에 다른 사람이 보태는 글이 어떻게 어울리는지 모르겠다. 그저 옆에 놓을 적에는 ‘잇다’라는 말을 안 쓴다. 그냥 옆에 있을 뿐이다. 책 하나로 묶은들 ‘묶다’일 뿐, ‘잇다’로 나아가려면 아주 다르다. 우리말 ‘잇’이란 무엇이겠는가. 바람이 일듯, 바다가 일듯, 스스로 일어나듯, 내가 나로서 일어서듯, 스스로 그린 꿈대로 일을 하듯, 줄거리 아닌 이야기라는 마음빛을 나누는 길이듯, 옷에 물들이는 잇꽃이듯, ‘잇’이라는 말씨는 “그분 옆”이 아니라 “나하고 너 사이에 바람과 바다를 두고서 함께 피어나는 씨앗”이라는 곳에서 쓴다. 오래글과 젊은글을 나란히 두려는 얼거리는 나쁘지 않을 테지만, 참으로 이어가려는 길을 그리려고 했다면, 목소리 아닌 살림새가 드러나야 한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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