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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한 아이도 버리지 않겠다고 (+ 진보교육감)



  우리집 큰아이는 올해(2026해)에 이름쪽(주민증록증)을 받는다. 여덟 살부터 올해까지 해마다 ‘입학유예신청서’를 내느라 애썼다. 작은아이는 앞으로 세 해 더 이 종이를 써야 한다. ‘우리집배움터’라는 길을 걸어가는 모든 아이와 어버이는 이 종이를 꼬박꼬박 써야 한다. 그저 집에서 스스로 배우는 길을 걷는데, 나라에서는 ‘위기청소년’이라든지 ‘학교밖 청소년’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얼핏 보면 ‘학교밖’이 맞다만, 이런 이름을 굳이 붙이려 한다면, 집에서 스스로 배우지 않는 아이들은 ‘집밖’인 셈 아닌가. 요즈음 어린이하고 푸름이는 언제 집에 발붙을 수 있는가. 숱한 어린이와 푸름이는 여덟 살이 되기 앞서부터 스무 살에 이르도록 “집이란 자느라 살짝 스치는 곳”일 뿐이다. 집에서 함께하는 삶이나 살림이나 사랑이 없이 몸뚱이가 커야 하는 오늘날 어린이·푸름이인 줄 알아챌 수 있을까.


  전남 고흥에 깃든 지난 열여섯 해를 되새긴다. 이동안 배움일꾼(교육감)이라는 사람을 늘 갈아치우는 모습을 지켜본다. 이때껏 모든 ‘전남교육감’은 “전라남도 시민사회·교육단체가 밀어주는 진보교육감 후보”가 뽑혔다. 그런데 이때껏 뽑힌 모든 ‘전남 진보교육감’은 ‘새길(진보)’이 아닌 ‘벼슬꾼(공무원)’으로 곧장 나뒹굴었다. 이때껏 뽑힌 모든 ‘전남 진보교육감’은 너나없이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을 내걸었다. 이들은 ‘집밖(학교안)’과 ‘학교밖(집안)’에서 배우는 모든 어린이·푸름이가 고르게 제몫을 누리는 길을 열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어느 누구도 이 말을 안 지켰다. 그래서 올해에 전남광주교육감을 새로 뽑는 마당에서 다시금 ‘새새새새 진보교육감 후보’를 밀기로 했다.


  전남뿐 아니라 경남도 충남도 비슷한데, 모든 고장에서는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들어가는 푸름이”한테 꽃돈(장학금)을 엄청나게 몰아준다. 이와 달리, 푸른배움터(중고등학교)나 어린배움터만 마치고서, 시골에서 논밭을 돌보거나 들숲메바다를 아끼는 길을 걷겠노라 밝히는 푸름이한테는 언제나 0원을 이바지한다.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어버이한테 땅이 없으면, 시골아이여도 어떤 ‘농업지원’을 못 받는다. 이미 땅임자(지주)끼리 돌라먹는 얼거리요 판이며 고을(지방자치)이다.


  시골에서 나고자란 사람이 시골빛을 배우고 익혀서 시골살림을 북돋우고 살리려는 배움길과 익힘길을 열겠다고 밝힌 일꾼(교육감·군수·도지사 후보자)을 전남광주뿐 아니라 대구경북이나 부산경남이나 서울경기나 강원이나 대전충청 어디에서도 보거나 들은 바 없다. 즈믄해쯤 거뜬히 살아내는 나무를 어떻게 바라보고 품고 사랑할 노릇인지 가르치거나 배울 수 있는 어린배움터나 푸름배움터가 없다면, 이제부터라도 작은배움터(폐교)를 살려서 새롭게 꾸릴 수 있다.


  이미 배움터가 닫을 때까지 일을 안 한 그들(교육청·군청·도청 공무원)이다. 시골아이가 시골에 뿌리내리는 배움길이 없고 익힘길이 없으니, 시골배움터는 갈수록 사라질밖에 없다. 파란바다 한복판과 푸른메 한켠에 때려박는 ‘태양광·풍력’이 푸른길(친환경)일 수 없다. 시골에서 서울로 끝없이 긴 빛줄(송전선)을 어마어마한 돈과 품을 들여서 새로 놓아야 하는데, 이런 짓은 터럭만큼도 푸른길이 아니다.


  한 아이도 팽개치지(포기) 않겠다고 말하려면, 풀 한 포기와 나무 한 그루를 고이 아끼고 보살피는 길을 열어야 맞다. 나무 한 그루와 아이 하나가 나란하다. 시골과 서울이 함께살 수 있는 길이 아니라면 모두 겉치레요 눈속임이며 거짓말이다. 삽질로 목돈을 끌어들이는 짓을 멈출 때라야 비로소 아이어른이 함께웃는 터전으로 나아가겠지. 2026.5.26.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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