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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두쫀두 탕후루 마라탕



  나는 여태 ‘마라탕’도 ‘탕후루’도 ‘두쫀두’도, 그때그때 이름이 드높은 온갖 먹을거리도 곁에 두거나 아이들한테 사준 바 없다. 우리집 아이들도 그런 데에 아무런 마음을 안 쓴다. 갑자기 물결치듯 뭐가 일어나면 또 우르르 쏠리는구나 하고 느낀다. 큰보람(문학상)을 탔다고 뜨기에 어느 책을 읽어야 한다면, 책으로서는 이미 빛바랬다고 느낀다. 벌써 스물다섯 해가 넘은 일이다만, 권정생 할배가 “내 책은 추천도서에서 빼 달라.” 하고 아주 세게 말하고 손사래치던 일을 떠올린다. 반짝하고 뜨면 이레 만에 ‘100만’이 팔릴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지만, ‘100만’은커녕 ‘1만’이나 ‘1천’이 팔릴 만한 일을 굳이 안 할 수 있는 글꾼과 책집지기가 늘어나야 할 노릇이지 싶다.


  ‘문학상 공모전’에 글을 안 내야 하지는 않지만, ‘문학상 공모전’에서 으뜸으로 뽑혔을지라도 ‘문학상 수상집’이라는 이름을 창피하다고 여길 줄 알 때에, 비로소 글과 책이 제값을 한다고 느낀다. 우리가 글을 쓰고 읽다가, 문득 책을 쓰기도 하고 사읽기도 하는 뜻이라면, “남보다 높다랗게 올라서는 으뜸자리”가 아닌, “이웃과 나란히 어깨동무하는 마을과 들숲메바다라는 푸른자리”에 서려는 마음이 바탕일 노릇이라고 본다. 으뜸자리를 가볍게 치우고서, 푸른자리를 가만히 열기에 글지기에 책지기이다. 버금자리나 딸림자리란 없이, 꼴찌나 막째도 없이, 누구나 파란하늘과 푸른들숲을 머금는 살림자리를 바라보면서 일구기에 일꾼에 글꾼에 책꾼에 살림꾼이다.


  우리말 ‘돈’은 ‘도 + ㄴ’인 얼개이다. ‘도’를 기둥으로 삼아서 ‘ㄴ’을 받침으로 놓는다. ‘ㄴ’은 부드럽게 서로 잇는 결을 나타낼 뿐 아니라, ‘나·너’를 나타내는 ‘ㄴ’이기도 하다. 기둥 구실을 하는 ‘도’는 ‘돕다·돌다·돌보다·돌아보다·동그라미·동무’라는 낱말을 이루는 뿌리이면서, ‘두르다·둘러보다·둘레·둥글다·두레·둘’로 맞닿는 뿌리이다. 그러니까 ‘돈’이 돈다우려면, 나하고 너를 둥글게 돕듯 돌고돌면서 잇는 실마리라는 뜻이다. 돈을 돈답게 살릴 적에는 언제나 서로 동무하고 두레하는 마음을 밑자락에 놓는다는 뜻이고.


  움켜쥐면 돌더미 같은 돈에다가, 돌머리로 굳는 돈이다. 똑같은 돈이어도 어느 곳에 놓고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다르다. 똑같은 글과 책이어도 어떤 손길로 쥐어서 어떤 눈길로 읽어낸 뒤에 어떤 살림살이로 풀어내느냐에 따라서 아주 다르다. 더 낫거나 좋은 책이란 없이, 더 나쁘거나 떨어지는 책도 없이, 우리 손길과 눈길과 발길과 마음길과 숨길에 따라서 새롭게 깨어나는 책이라고 느낀다.


  힘이 모자라거나 없거나 못 미친다면, 작고 낮고 더딘 몸으로 더 천천히 느긋이 걸으면 넉넉하지 싶다. 이제 온나라에 작은책집이 꽤 있다. 온나라 골골샅샅에 마을빛을 헤아리는 마을책집이 조촐히 선다. 이 작은책집과 마을책집을 곁에서 늘 지켜보는 ‘책집아이’도 꽤 있다. 어느 책집아이는 어버이가 꾸리는 책집을 시킨둥히 여길 테지만, 어느 책집아이는 어버이가 가꾸는 책집을 함께 가꾸고픈 꿈을 키울 만하다.


  작은책집이나 마을책집을 물려받고 싶은 아이가 있다면, 작은책집에서 곁일(알바)을 틈틈이 해보라고 북돋우면서, 작은책집을 새롭게 빛내고 밝히는 일손을 돕는 자리부터 첫걸음을 뗄 만하지 싶다. 어버이가 꾸려가는 책집에서 일손을 돕는 보람이란, 아이를 더없이 반짝반짝 일깨우고 세운다. 돌고도는 책과 돌고도는 돈을 동무하고 두레하다가 ‘한동아리’로 엮는 슬기로운 빛은 언제나 아이들 손끝에서 피어난다고 본다. “책집을 물려받고 싶으면, 책집에서 열 해쯤 일손을 도와 보렴. 그러고 나서 다시 이야기해 보자.” 하고 들려줄 수 있을 테지.


  작은책집은 너른숲을 이룬 모든 나무가 처음 빚은 모습인 ‘작은씨앗’이라고 하는 책을 다 다르게 품은 곳이다. 마을책집은 푸른멧숲을 이룬 모든 풀꽃나무가 처음 이 별에 온 모습인 ‘작은씨앗’과 같은 책을 서로서로 다르게 돌보는 곳이다. 이름난 책은 안 나쁘지만, 그저 ‘푸른책’을 품는 작은책집이 아름답다. 널리 팔리는 책은 안 나쁘되, 언제나 ‘파란책(파란하늘과 같은 책)’을 토닥이고 나누는 마을책집이 사랑스럽다. 푸르기에 파랗고, 파랗기에 푸르다. 하늘빛을 받기에 들숲메이다. 들숲메에서 흐르는 샘물과 냇물을 받는 바다라서 파랗다. 2026.2.15.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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