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6.4.30.
맑은책시렁 365
《눈이 내리는 여름》
권정생 글
이소영 그림
단비
2017.12.31.
서울에서는 나무보다는 달구지(자동차)를 먼저 헤아리느라 가지치기를 하거나 베어냅니다. 시골에서는 나무보다는 해받이를 먼저 따지느라 줄기를 뭉텅 치거나 뽑아냅니다. 서울도 시골도 아닌 멧숲에서는 놀이길(관광도로)을 길게 잇는다며 나무를 잔뜩 밀어대어 죽입니다. 온나라 어린배움터나 푸른배움터난 우두머리(교장)가 누구이냐에 따라서 배움나무를 마구잡이로 치거나 잘라내기 일쑤입니다. 고을지기(지자체장)도 마찬가지라서, 적잖은 고을지기는 기나긴날 아름드리로 자란 나무를 함부로 베거나 뽑아내곤 합니다.
처음 배움터가 선 뒤로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여태 무엇을 배우는가 하고 돌아봅니다. 여태까지 배움터에서 풀꽃나무를 풀답게 꽃답게 나무답게 마주하며 익히는 길을 가르친 바는 없습니다. 그냥 없습니다. 열린배움터에 들어간들 풀이나 꽃이나 나무를 스스로 제대로 배우려는 젊은이는 드뭅니다. 벌과 나비를 배우려는 젊은이는 몇일까요? 흙과 돌과 모래와 물과 비를 배우려는 젊은이는 아주 없지는 않으나 너무 드뭅니다. 해와 바람과 별이 이곳에 어떻게 스미면서 우리 몸마음을 북돋우는지 헤아리는 젊은이도 매우 적어요.
《눈이 내리는 여름》은 권정생 할배가 남긴 글을 이럭저럭 다시 묶어서 낸 꾸러미입니다. 여러 벌 되읽고 곱씹습니다. 아무래도 이 꾸러미에 흐르는 삶과 살림과 숲과 사람을 알아챌 어린이나 푸름이는 이제 ‘없다’고 할 만하지 않을까요? 어린이나 푸름이에 앞서 어른과 어버이조차 이 꾸러미가 들려주는 바를 못 알아본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어린이가 느긋이 뛰어놀 빈터와 골목과 마당은 이미 사라졌습니다. 푸름이가 어른 곁에서 집살림과 마을일을 배우면서 스스로 다부지게 일어서는 판을 마련하는 어른도 아주 없다시피 합니다. 어린이도 푸름이도 젊은이도, 어른과 어버이도, 허울만 있을 뿐 다들 말결이 사납고 모질어요. 하나같이 돈에 눈이 멀고, 서울바라기입니다. 그루(주식)가 껑충껑충 뛰어서 좋다고 나대는 판입니다. 참말로 ‘돈그루(주식)’에 미쳐버린 나라요, ‘나무그루’는 까맣게 팽개치는 불늪입니다.
우리는 오늘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문득문득 펴는 마음을 언제쯤 되찾으려나요. 우리는 하루를 살림하는 노래를 가만가만 짓는 손길을 언제쯤 일으키려나요. 올해(2026해)에 뽑기를 또 합니다만, 이제는 벼슬아치를 그만 뽑을 때이지 싶습니다. ‘18살∼65살’ 사이에 있는 사람 가운데 ‘나라일’을 한 해 맡고 싶다는 사람을 모두 받아서, 이들 가운데 한 사람씩 제비뽑기로 일을 맡기는 새길로 가야 할 텐데 싶습니다. 누구나 일할 수 있을 때라야 비로소 집이며 마을이며 나라입니다. 목돈을 펑펑 뿌리고 들여서 장난질(선거운동)을 일삼아서 뽑히는 무리는 어느 누구도 일꾼이 아닌, 돈꾼이자 이름꾼이자 힘꾼일 뿐입니다.
ㅍㄹㄴ
정희는 왜 오빠네들처럼 이런 착한 일을 먼저 생각하지 못한 것이 은근히 화가 납니다. 하지만 잠깐 동안 마음은 활짝 개었습니다. 오빠 덕택으로 작은 산타 노릇을 하게 된 것만도 즐겁습니다. 17쪽
‘사람들은 왜 그랬을까? 다리가 낫지 않은 건 아저씨 탓이 아닌데도, 결국 예수 믿지 않는 사람이나 예수 믿는 사람이나 본래 마음은 변하지 않나 봐.’ 62쪽
“너희들 위태로우니 얼른 딴 데로 가렴.” 그때, 개울가에서 할머니 버드나무가 큰 소리로 말했어요. “할머니, 왜 위태롭다는 거예요?” 첫째 아기 메기가 물속에서 쪼꼬맣게 물었어요. “여기저기 논에서 한창 농약을 뿌리고 있잖니. 그러니 얼른 딴 데로 피해야 한단다.” 냄새는 바로 그거였군요. 78쪽
“겨울엔 이렇게 눈이 쌓였고, 봄이면 버들강아지랑 진달래꽃이랑 따먹으며 다녔지. 여름엔 보리깜부기 따 먹고, 냇물에 멱 감고, 가재도 잡고 퉁가리도 꾸구리도 잡았단다.” “재미있었겠다!” 96쪽
+
《눈이 내리는 여름》(권정생, 단비, 2017)
보통 때는 무척 정답게
→ 여느때는 무척 살갑게
→ 으레 무척 따습게
→ 언제나 무척 포근히
9쪽
그럴듯한 추리를 꺼내어 모두 귀가 쫑긋해졌습니다
→ 그럴듯하게 짚어 모두 귀가 쫑긋합니다
→ 그럴듯이 헤아려 모두 귀가 쫑긋합니다
→ 그럴듯이 견주니 모두 귀가 쫑긋합니다
10쪽
아무도 모르게 하는 것이 좋은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 아무도 모르게 해야 하는 줄도 알아차립니다
→ 아무도 모르게 해야 하는 일도 알아갑니다
→ 아무도 모르게 해야 한다고 알아챕니다
20쪽
조금씩 추워지기 시작했습니다
→ 조금씩 춥습니다
25쪽
이따금씩 나요
→ 이따금 나요
50쪽
얼른 깨달아지는 것이 있었습니다
→ 얼른 깨닫는 일이 있습니다
→ 얼른 깨닫습니다
5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