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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6.4.19. 상업적·문학적·과학적·철학적·사회적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도서박물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엄연’이라는 한자말이 있습니다. 혀짤배기 어린이는 이 한자말을 소리내기 몹시 힘듭니다. 뜻도 아리송합니다. 차츰 나이가 들며 온갖 책을 읽는 사이에 이렁저렁 뜻을 모르지는 않으나, 쉽게 소리낼 만한 우리말이 있는데 굳이 써야 하는지 아리송하다고 느낍니다. ‘불우’ 같은 한자말은 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서 아랫사람을 딱하게 깔보는 한자말씨입니다. 나쁜말이지 않습니다. 그저 이 한자말을 쓰는 자리는 깔보는 결일 뿐입니다.


  돈이 되거나 이름을 팔 만한 말글을 펴야 둘레에서 알아본다고 여기곤 합니다. 그런데 돈을 바라보는 분은 “돈이 될 만하다”라 말하지 않아요. 일본말씨로 ‘상업적’이라고 덧씌웁니다. 수수하게 글을 써서 책을 수수하게 팔고 살림돈을 수수하게 벌 적에도 틀림없이 “돈이 되는 글”을 쓰는 셈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상업적’이라는 이름을 내걸 적에는 “돈놓고 돈먹기”마냥 잔뜩 찍어내어 잔뜩 팔아치워서 목돈을 굴리는 늪으로 치닫습니다.


  요즘 같은 나날에 굳이 낱말을 하나하나 가리거나 따져서 써야 하느냐고 핀잔하거나 타박하거나 꾸짖는 분이 꽤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같은 나날일수록 어린이와 푸름이 곁에서 낱말을 낱낱이 가리고 따지고 돌보고 추리고 다듬고 보듬어서 쓸 줄 알아야 한다고 여기는 분이 차츰 늘어납니다. 갈수록 숱한 어린이와 푸름이는 ‘글눈(문해력·리터러시)’이 떨어진다고 여기지만, 어린이와 푸름이는 글눈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미 돈·이름·힘을 쥔 ‘어른 아닌 꼰대’인 분들이 글담을 단단히 치고서 “너희가 이렇게 어렵고 잘나고 멋진 한자말·일본말씨·옮김말씨·영어를 안 쓰고 배길 수 있어? 너희가 한자말·일본말씨·옮김말씨·영어를 한 톨조차 안 쓸 수 있어?” 하면서 높다란 벼슬자리에 또아리를 틀고서 팔짱을 끼며 내려다보는구나 싶어요. 바로 이 탓에 어린이와 푸름이가 고단하지요. 요즈음 어린배움터나 푸름배움터에서 어린이와 푸름이가 펴는 배움책을 보면, 참으로 글이 매우 까다롭고 어렵습니다. “배우라는 책”인 ‘배움책(교과서)’이 아닌, 그저 달달 외워서 솎아낼(변별력) 잠자리채로 삼는 글늪입니다.


  봉우리를 바라보며 높이 올라갔으니 ‘내려가’거나 ‘내려옵’니다. 그저 내려가고 내려온다고 말하면 됩니다. 따로 ‘하산’ 같은 한자말을 써야 하지 않습니다. ‘하산’쯤 그냥 써도 되지 않느냐고 여길수록 어린이가 괴롭고 푸름이가 고단합니다. 이제는 거의 잊히는 낡은 ‘백년가약’ 같은 말씨도, 우리가 어른이라면 새말을 쉽고 반짝이는 손끝으로 어질게 지을 줄 알아야 할 테지요.


  국립국어원 낱말책에 ‘메인(main)’은 없지만 ‘메인이벤트(main event)’는 있더군요. 우리 낱말책에 굳이 ‘메인이벤트’라는 영어를 실어야 할까요? 우리가 즐겁게 어깨동무하면서 널리 쓸 쉽고 수수한 낱말을 알려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우리 나름대로 어떻게 새말을 빚을 만한지 짚어야 하지 않을까요?


  마음을 다듬으려고 하기에 글을 다듬습니다. 삶을 가꾸려고 하기에 글을 가꿉니다. 겉모습을 꾸미니까 말과 글도 꾸미고 맙니다. 누구나 다른 몸과 키와 마음이기에, 잘나거나 못난 몸도 키도 마음도 없어요. 그러나 ‘상업적’과 ‘전문적’과 ‘과학적’과 ‘문학적’과 ‘교육적’과 ‘철학적’과 ‘사회적’이라는 허울을 자꾸 앞세우는 나라입니다. 어린이하고 푸름이를 억누르는 ‘문해력·리터러시’ 돌더미를 자꾸 만들어 내고야 맙니다. 이제는 “알맞고 즐겁게 돈을 벌어서 널리 나누는 길”을 헤아려야지 싶습니다. 이제는 “어린이 곁에 서서 쉽고 수수하게 주고받는 우리말과 우리글을 살피는 참한 어른”으로 다시 배우고 새로 익혀서 어깨동무할 일이지 싶습니다.


ㅍㄹㄴ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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