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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마치는 날까지



마치는 날까지 숨을 마신단다. 숨을 마시니 이윽고 내뱉지. 삶이라는 길을 나아가는 동안 언제나 마시고 뱉어. 또 마시고 또 뱉어. 다시 마시고 다시 뱉어. 문득 “아! 숨쉬기가 지겨워!” 하고 느낀다면, 숨막히는 일을 겪지. 이러면서 더는 숨을 안 쉴 수 있고, 겨우 숨돌리고서 모든 숨이 얼마나 대수롭고 고마운지 깊이 알아챌 수 있어. 모든 길은 마치는 날까지 이어가. 길은 끊기지 않아. 벼랑끝이나 구석이나 냇물로 끊겼다고 여길는지 모르는데, 얼핏 끊겨 보여도 길이야. 어느 쪽으로는 끊기는 듯하기에 다른 쪽을 찾아볼 길이고, 끊겼다고 여기는 곳에서 네가 스스로 다리를 놓을 수 있어. 또는 막다르거나 끊긴 그곳에서 집을 짓고서 살아갈 수 있지. 마치는 날까지 어느 일을 못 맺을 수 있어. 마치는구나 싶은데 매듭이 아니라 다 풀어헤친 채 어지럽거나 엉킬 수 있지. 비가 내리며 땅을 적실 적에 빗방울 하나가 모든 곳을 적시지 않아. 그렇다고 해서 빗방울이 땅을 안 적신다고 하지 않지. 빗방울 하나는 빗방울 하나만큼 적셔. 이 빗방울은 이곳에서 적시고, 저 빗방울은 저곳에서 적셔. 다 다른 빗방울은 늘 그저 저 크기만큼 가볍게 적시면서 와하하 웃고서 땅이든 풀꽃나무이든 짐승이든 다 스미지. 네가 보기에 빗방울은 삶을 마쳤을까? 저마다 어느 일 하나를 매듭지었을까? ‘끝’을 낸다고 하는 ‘끝’이 무엇이겠니? 이어가지 않을 때에는 ‘끝’일 수 없어. 2026.3.30.달.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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