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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빵껍질



네가 깃들어서 자고 쉬고 지내는 칸은, 밖으로 빙 두르면서 속을 감싼단다. 집을 이루는 바깥은 빵껍질 같아. 빵껍질은 참으로 얇은데, 이렇게 얇으면서도 야물 만큼 살짝 굳기에 속을 보드라이 감싸고 살려. 빵껍질이 두꺼우면 오히려 속이 좁고 굳어. 속을 잘 감싸겠다면서 바깥으로 담을 친친 두르면 외려 가두는 셈이라 숨막혀서 갑갑해. 살갗도 얇은 겉옷이자 겉몸이야. 살갗이 조금이라도 두꺼우면, 사람은 숨막히고 갇힌단다. 겉은 늘 가볍게 차려서 채우는 길목이야. 길목이니까 속으로 잇는 구실을 해야지. 길목이자 겉이 크거나 부풀면 엉뚱하고 엉성해. 모든 일이 이와 같아. 겉치레나 겉꾸밈을 내세우면 아무 일도 못 이뤄. 겉옷은 가볍게 두르기에 날개와 같단다. 새와 나비와 잠자리가 몸에 단 날개를 보겠니? 가볍게 달아서 신나게 바람을 타지. 너는 날개옷을 입을 노릇이야. 납덩이옷이 아닌, 나부끼며 날아오를 겉옷을 입으면 돼. 말과 글도 이와 같아. 겉으로 보기좋거나 듣기좋으라고 꾸미면 덕지덕지 쇳조각을 붙이는 셈이야. 겉치레를 하는 말과 글은 살림길하고 아주 멀어. 나무도 풀도 속을 감싸는 껍질은 얇아. 돌도 모래도 겉을 얇게 싸고서 속을 든든히 둔단다. 씨앗도 별도 겉은 얇고 속이 든든하지. 얇고 가벼운 날이기에 칼로 베거나 썰 수 있어. 그런데 사람들은 자꾸 두껍고 무겁게 굳은 틀로 가더구나. 길바닥은 바늘은커녕 송곳도 안 들어가. 그만큼 큰쇠가 끝없이 달리기 좋도록 두껍고 딱딱히 겉을 싸는데, 길 밑을 이루는 땅은 숨막혀서 죽어간단다. 2025.10.6.달.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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