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6.3.9.
그림책시렁 1760
《청소부 토끼》
한호진
반달
2015.12.10.
우리가 거느릴 땅은 어느 만큼이면 넉넉할까 하고 돌아볼 노릇입니다. 돈놓고 돈먹기라는 굴레가 아니라, 스스로 즐겁게 살아가려는 길에는 땅을 저마다 얼마나 누리면 될 일인지 생각해야지 싶습니다. 돌보거나 가꿀 수 없도록 드넓게 거느릴 적에는 으레 심부름꾼을 둡니다. 이때에는 ‘제 땅’이면서 저 스스로 못 본다는 소리입니다. 돈이 넘쳐서 ‘돈살림’을 남한테 맡길 적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이 돈을 받고서 목돈을 맡아 주어야 한다면, 이미 너무 많이 움켜쥐었다는 뜻입니다. 《청소부 토끼》는 말끔일을 한다는 토끼가 달을 말끔하게 치우고 싶어서 어떻게든 달로 날아가는 길을 찾다가 쓴맛을 보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마침내 ‘말끔토끼’는 달에 닿는다는데, 달이 아닌 푸른별이 더럽다고 끝을 맺어요. 그러나 하나도 개운하지 않습니다. 누가 더럽혀서 누가 치워야 하는 일일까요? 무엇을 하느라 우리 스스로 이 별을 더럽힐까요? 더럽히는 이 따로 치우는 이 따로 있으면 될까요? 밥먹는 이와 밥짓는 이가 따로 있을 적에는 그만 위아래로 눈금을 가릅니다. 더럽히는 이와 치우는 이가 따로일 적에 이 터전은 서로 쩍쩍 갈립니다. 익살스럽게 꾸미는 붓끝과 줄거리가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삶이라는 자리하고 너무 멉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