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6.3.7.
만화책시렁 812
《내일은 또 다른 날》
김금
딸기책방
2023.4.24.
고작 마흔 해 즈음 앞서까지 숱한 아기는 집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서른∼마흔 해 사이에 ‘집낳이’는 감쪽같이 줄고 사라집니다. 아기를 집에서 낳을 적에는 아이를 돌보며 꾸리는 살림살이를 누구나 집에서 손수 한다는 뜻이요, 아기를 ‘밖낳이(병원분만)’로 맞이할 적에는 어느새 집살림을 까맣게 잊고서 남한테 돈으로 몽땅 맡긴다는 굴레입니다. 《내일은 또 다른 날》은 서울 한켠에서 그럭저럭 ‘사이좋은 둘(평등부부)’이 아기를 낳을까 말까 저울질을 하다가 아기낳이로 마음을 가닥잡는데, 둘 모두 씨가 모자라서 힘든 나날을 줄거리로 삼습니다. 이러면서 ‘두 사람 엄마아빠’가 고리타분한 틀을 못 놓는 모습이라든지, ‘베스트셀러 편집자’가 힘겹다는 일이라든지, 돌봄길(병원치료·난임치료)이 얼마나 가시내한테 괴롭고 버거우며 돈이 드는지 짚으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 그림꽃에 나오는 두 사람을 비롯해 둘레 모든 사람은 ‘아기맞이’부터 잘 모릅니다. 가시내가 몸에 열 달을 품고서 내놓기에 끝나지 않는 ‘아기맞이’입니다. “짓고 지내는 터전”인 ‘집’부터 아기한테 맞추며 손수짓기라는 살림길을 펼 때라야 ‘둘이 사랑으로 낳을’ 수 있습니다. 아기는 남(정부·사회)한테 맡겨야 하지 않습니다. 온누리 모든 아기는 어버이 품에서 사랑받으려고 태어납니다. 아기는 ‘보육시설·교육시설’에 다니려고 태어나지 않아요. 몸으로 낳든, 태어난 아기를 맞이하든, 우리는 먼저 ‘집살림’이라는 길부터 통째로 잊고 내버린 줄 알아채고서, ‘집짓기(집에서 저마도 스스로 짓는 모든 살림)’부터 새로 익혀야 하지 않을까요?
ㅍㄹㄴ
“주중엔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는데 책이 눈에 들어와? 일요일엔 좀 쉬고 싶다고.” “맞아. 책 읽는 것도 노력이 필요하거든.” “수미야, 넌 왜 아무것도 안 마셔? 술 싫으면 콜라 시켜줘? 날도 쌀쌀한데 따뜻한 국물, 뭐 오뎅국 같은 거 시킬까?” (15쪽)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 한두 대 피는 게 낫지.” … “그냥 집에서 쉴걸 그랬어.” “애 안 생긴다고 솔직하게 말 못 한 네 마음 알아. 담배는 집에서만 피지 마.” (23쪽)
그림을 수정해 달라고 출판사 편집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좋아서 시작한 그림인데 회의가 든다. 다른 사람의 글에 그림을 그리는 일이 재미가 없다. 베스트셀러를 여러 권 낸 편집자가 말했다. 내가 쓰고 싶은 책을 쓰지 말고 독자가 읽고 싶은 것을 쓰라고. 나는 언제쯤 쓰고 싶은 것을 쓰고,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릴 수 있을까? (8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