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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글그릇 말그릇



잘 쓰려고 하니까 그릇에 담아. 두고두고 쓰려고 그릇에 놓지. 흩어지지 않도록 그릇을 쓰고, 바로 알아보려고 그릇에 갈라놓고. 마음은 삶그릇이고, 말은 소리그릇이고, 글은 말그릇일 텐데, 너희는 여러 가지 그릇을 곁에 놓고서 하루하루 살림을 잇지. 그릇에는 무엇이든 둘 수 있어. 씨앗을 둘 수 있고, 돈을 둘 수 있어. 얼핏 비어 보이지만, 마음이며 손길을 놓을 수 있어. 그릇마다 그릇냄새가 있는데, 네가 그릇에 놓는 여러 가지는 여러 냄새를 남긴단다. 밥을 늘 담았으면 밥그릇일 테고 밥냄새가 배지. 물을 늘 담았으면 물그릇일 테고 물냄새가 배어. 꽃을 두면 꽃냄새가 배고, 흙을 두면 흙냄새가 밴단다. 네가 네 마음이라는 그릇에 어떤 삶을 담든, 마음에도 다 다른 삶에 따른 온갖 삶냄새가 배게 마련이야. 기쁘게 지은 삶이면 기쁨내음이 배지. 괴롭거나 지치는 삶이면 괴롬내음이나 지침내음이 밸 테지. 냄새·내음·내는 좋거나 나쁘지 않아. 언제나 다 다른 삶이 풍기는 빛을 알려준단다. 땀흘리는 삶이라면 땀냄새가 배는데, 끙끙댄 땀과 앓아누운 땀과 일한 땀과 달린 땀과 더운 땀과 놀이한 땀과 달아난 땀과 버린 땀과 싸운 땀과 쓰러지는 땀은 모두 달라. 네 말그릇에는 어떤 마음빛이 밸까? 어떤 냄새이든 가실 수 없고 가릴 수 없지만, 가꾸어서 새롭게 일으킬 수 있어. 숱한 어제가 피어나는 그릇냄새일 테고, 어제가 모여서 ‘오늘냄새’를 이룰 텐데, 어느 모습대로 굳는 냄새는 없어. 언제나 다르게 흘러서 새롭게 하루이듯, 삶과 마음과 빛과 냄새는 안 똑같아. 새록새록 피어나서 나아가는 냄새란다. 그러니까 무슨 냄새이든 탓하거나 미워하지 마. “냄새가 알리는 삶”을 마주하면서, 네 말그릇과 글그릇을 가꾸면 돼. 2025.10.9.나무.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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