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1.30.
노래책시렁 530
《비극의 재료》
원성은
교유서가
2025.11.6.
누구나 날마다 죽습니다. 언제나 날마다 태어납니다. 모든 숨붙이는 밤낮을 갈마들면서 죽살이를 잇습니다. 밤에 까무룩 죽기에 온몸에 새롭게 기운이 돌고, 새벽에 새롭게 밝는 하루이기에 차츰 힘을 차립니다. 아침이 환할 무렵에 즐겁게 기지개를 켜니, 낮에 나무와 나비라는 두 마음을 하나로 모두어 나로 서는 살림을 짓습니다. 이윽고 저물녘이면 차분히 모든 일놀이를 접으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고서 다시금 죽으러 갑니다. 《비극의 재료》를 돌아봅니다. 이 삶에는 눈물거리와 웃음거리가 나란합니다. 눈물만 흘리거나 웃음만 짓지 않아요. 가난하든 가멸차든 눈물웃음이 넘나들어요. 태어나거나 죽거나 두 손은 빕니다. 누구나 빈손에 빈몸으로 떠나고 돌아와요. 나고죽는 수수께끼를 날마다 스스럼없이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가 늘 나누는 모든 말이 바로 삶인 줄 알아챌 테고, 누구나 스스로 펴는 말씨 그대로 살림씨를 일구고 삶씨를 맞이하며 사랑씨를 피우는 줄 깨닫습니다. 돈이 많기에 느긋하지 않습니다. 돈이 없기에 바쁘지 않습니다. 밤에 기꺼이 죽으면서 꿈을 새로 그리기에 느긋합니다. 아침에 기쁘게 태어나면서 꿈씨를 새로 심기에 즐겁습니다. 먼발치에서 글감을 안 찾으면 됩니다. 우리 삶이 다 다르게 글감입니다.
ㅍㄹㄴ
길 잃은 사람을 제외한 마을 사람들은 / 그가 길을 잃었다는 것을 / 안다 알고 지켜보고 걱정하고 관여하고 / 참견하고 간섭하고 괴롭힌다 가만히 두지 않아야 한다 (블랙박스 해체하기/12쪽)
죽었다는 말에 대해서 생각한다 / 한 번도 죽어본 적이 없어서 / 살아 숨쉬면서 그 말을 정의하려고 노력해본다 (미싱링크/1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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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재료》(원성은, 교유서가, 2025)
함께 좋아하고 싶은 것이 있는 것처럼 혼자서만 좋아하고 싶은 것도 있다
→ 함께 좋아하고 싶은 일이 있듯 혼자서만 좋아하고 싶은 일도 있다
→ 함께 좋아하고 싶기도 하듯 혼자서만 좋아하고 싶기도 하다
5쪽
태양을 맨눈으로 쳐다보면 앞이 캄캄해지니까
→ 해를 맨눈으로 쳐다보면 앞이 캄캄하니까
12쪽
장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 꽃찔레라는 이름과는 달리 아름답게 안 보인다
→ 꽃찔레라는 이름과는 달리 안 아름다워 보인다
14쪽
고유명사일까 일반명사일까
→ 홀이름일까 고루이름일까
→ 홑이름일까 두루이름일까
14쪽
결론은 아무튼 N분의 1일로 나눠 먹자는 뜻이야
→ 아무튼 나눠먹자는 뜻이야
→ 아무튼 나눠서 내자
→ 아무튼 도리기를 하자
18쪽
그걸 읽는 독자의 찡그림처럼
→ 읽는 사람이 찡그리듯
→ 읽으며 찡그리듯
→ 읽다가 찡그리는 사람처럼
22쪽
유통기한이 짧은 자의식을 가졌다 방치되어 잊히기에는 다급한 열망을 가졌다
→ 나를 잘 안 본다 팽개쳐서 잊힐까 서두른다
→ 나를 보는 틈이 짧다 내팽개쳐서 잊을까 조바심을 낸다
25쪽
새 한 마리가 아스팔트 위에 누워서 붉은 내장을 드러내놓고 죽은 장면을 목격했다
→ 새 한 마리가 길바닥에 누워서 붉은 속을 드러내놓고 죽은 모습을 보았다
→ 새 한 마리가 까만길에 누워서 붉은 배알을 드러내놓고서 죽었다
33쪽
폭우가 그렇게 좋았는지 온몸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 벼락비가 그렇게 반가운지 온몸으로 기뻐한다
→ 소나기가 그렇게 기쁜지 온몸으로 반긴다
49쪽
내 그림자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다가왔다
→ 그림자를 들여다보려고 다가온다
→ 그림자를 잘 보려고 다가온다
58쪽
누군가는 그것에 해체적이라고 누군가는 그것이 모던하다고 말한다
→ 누구는 풀어헤친다고 누구는 새롭다고 말한다
→ 누구는 찢는다고 누구는 산뜻하다고 말한다
→ 누구는 뜯는다고 누구는 반짝인다고 말한다
62쪽
비극의 구두점을 지뢰처럼 밟아 완성시키는 나의 눈사람
→ 몸서리를 쉬려고 펑 밟아 마무르는 이 눈사람
→ 눈물쉼꽃을 꽝 밟아서 맺는 이 눈사람
→ 동티를 마치려고 쾅 밟아 끝내는 눈사람
73쪽
그것이 검은 백조였다는 것을 안다
→ 그 새는 검은고니인 줄 안다
90쪽
양치류를 채집하는 소녀는
→ 민꽃풀을 모으는 아이는
→ 홀씨풀꽃을 담는 아이는
100쪽
우성과 열성은 일란성쌍둥이
→ 첫씨와 뒷씨는 나란둥이
→ 윗씨와 밑씨는 한둥이
→ 큰씨와 작은씨는 함둥이
→ 으뜸씨와 버금씨는 나란꽃
110쪽
난분분하게 흩어지는 모래알들
→ 흩어지는 모래알
→ 나풀거리는 모래알
→ 흐늘거리는 모래알
114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