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12.26.
책으로 삶읽기 1080
《잘 잤니 그리고 잘 자 3》
마치타
장혜영 옮김
대원씨아이
2017.6.15.
《잘 잤니 그리고 잘 자 3》(마치타/장혜영 옮김, 대원씨아이, 2017)을 돌아본다. 엄마아빠가 무슨 사랑을 했는지 하나도 알 길이 없다고 여기지만, 스스로 꿋꿋하게 살림하며 살아가던 사람들이 한집안을 어떻게 이루는지 차근차근 들려준다. 한쪽 사람은 ‘받은 바 없다고 여기’지만, ‘내가 받은 바가 없더’라도 ‘내가 새롭게 지을 수 있다’는 마음이다. 다른쪽 사람은 ‘받은 바 없는 줄 또렷이 느끼’지만, ‘동생은 누리고 느끼기를 바라’면서, ‘나는 무엇을 바라는가?’ 하고 헤매는 마음이다. 사랑받은 바 없더라도 이 땅에 태어났고, 자랐고, 오늘을 산다. 사랑받은 바 없기에 남을 괴롭히거나 할퀼 까닭이 없을 뿐 아니라, 나부터 새삼스레 둘레를 사랑하는 하루를 열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자꾸 잊다가 잃는 대목은 이러한 삶길이지 않을까? 저쪽 무리가 우리를 ‘사랑’하지 않더라도 대수롭지 않다. 저쪽 놈팡이가 우리를 할퀴려고 달려들더라도 대단하지 않다. 우리가 저쪽을 깎아내리거나 할퀴거나 괴롭혀야 하지 않고, 손가락질이나 타박을 해야 하지도 않다. 그저 잘잘못을 짚으면서 차분히 나무라고 달래면서 새길을 밝히면 된다. 우리는 이쪽에 서야 할 까닭이 없다. 우리는 저쪽에 서야 하지 않다. 엄마가 좋으냐 아빠가 좋으냐 같은 멍청한 말을 하는 사이에 스스로 망가진다. 엄마가 없어도 아이는 안 태어나고 못 자라지만, 아빠가 없어도 아이는 안 태어나고 못 자란다. 엄마아빠를 나란히 헤아리기에 ‘어버이’라 하고, 어버이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기에 ‘어른’이다.
ㅍㄹㄴ
“좋은 이야기야. 이걸 그린 작가는 정신나간 인간인데. 왜지? 아버지가 이런 걸 그릴 수 있을 줄은, 전혀 몰랐어.” “엥? 너, 아버지 그림책도 안 읽어 봤냐?” (6쪽)
‘호타카는 엄마와 연락은 하고 지내나? 호타카는 엄마에 대한 사실은 말하지만, 감정은 말하지 않아. 뚜껑을 덮고 있는 걸까.’ (39쪽)
‘왜 그런 당연한 걸 물을까. 당연하지 않은 걸까? 호타카에게는.’ (81쪽)
“내 기분을 아무에게도 말한 적 없었는데, 오빠는 알고 있었어. 알고 있다고 그랬어.” (89쪽)
“너무 좋아∼. 와 줘서.” “그렇구나. 그럼 나도 다행이야. 무리해서 괜찮다고 하지 않아도 돼. 힘들게 안 참아도 괜찮아.” (152쪽)
#おはようとかおやすみとか #まちた
+
말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이야기한 거야
→ 말해두어야 할 듯해서 이야기했어
42쪽
예비비로 돌리는 것보다 훨씬 나아
→ 곁돈으로 돌리기보다 훨씬 나아
→ 나중돈으로 돌리기보다 훨씬 나아
97쪽
누군가가 주워 올려 다시
→ 누가 주워 올려 다시
123쪽
난 무적의 솔로부대로 벌써 2년째다
→ 난 거침없이 홀로 벌써 두 해째다
→ 난 꿋꿋이 혼자서 벌써 이태째다
161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