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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1.7.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고명재 글, 문학동네, 2022.12.15.



아침이 환하다. 겨울 길턱인 늦가을해는 짧더라도 따뜻하게 비춘다. 두 아이한테 집일 몇 가지를 이야기하고서 논두렁을 걷는다. 여러 마을 어귀에 두루일(공공근로)이라는 핑계로 뜰채(정자)에 둘러앉아 노닥거리는 할매할배를 본다. 돈만 받고 마냥 노는 두루일은 걷어치울 노릇이라고 본다. 나라돈은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까. 살림짓는 작은사람한테 참하게 이바지할 길을 헤아리는 나라지기나 나라일꾼은 있을까. 고흥읍에 닿아 11:20 부산버스를 탄다. 손님이 빼곡하다. 기차도 버스도 자리가 있으나, 자리를 아랑곳않는 할매할배에 아재아지매가 숱하다. 우리는 서로 배우고 가르치며 어울리는 사이일 수 있을까. 눈치껏 챙기거나 따라가면 되는가. 〈책과 아이들〉에 닿아서 올해 ‘동심읽기’ 마지막 모임을 꾸린다. 누구나 아이였고 누구나 어른으로 큰다. 아이어른을 가로지르는 빛을 읽을 때에 스스로 착하게 서겠지.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을 돌아본다. “못 쓴 문학”은 아니지만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티가 물씬 흐른다. 목청껏 외치거나 ‘어느 켠’에 선다고 알려야 ‘문학’이라면, 이 나라에 글꽃은 없다. ‘시·소설·수필’이 아닌 ‘텍스트·에세이’가 아닌, ‘문학·비문학·비소설’이 아닌, ‘창작·문예·예술’이 아닌, ‘글’로 돌아가야지 싶다. 삶글과 살림글로 돌아가야지 싶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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