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그림책 아빠 (2025.10.18.)
― 부산 〈동화서점〉
익숙한 책을 다시 들춰도 안 나쁘되, 아직 모르는 ‘새책(내가 아직 들추지 않은 책)’을 처음으로 집어들고서 펼치는 손길이 대수롭습니다. 이름난 책을 손에 쥐어도 안 나쁘되, 여태 어떤 눈길(비평·소개·추천)을 받은 바 없지만 오늘부터 내가 먼저 알아보고서 사랑할 책을 헤아리는 손끝이 대단합니다. 대수롭거나 대단할 적에는 “모두 우리한테 아름답다”는 뜻입니다.
아이 손을 잡고서 책집마실을 나온 젊은 엄마뿐 아니라 젊은 아빠도 “아직 낯설거나 모르는 그림책”을 먼저 펼쳐서 반갑게 배울 수 있기를 바라요. 온누리 모든 그림책은 ‘아이 혼자’ 읽는 책이 아닙니다. ‘엄마가 아이한테만’ 읽히는 책이 아닙니다. ‘엄마도 아빠도 아이도’ 처음으로 새롭게 만나서 눈뜨고 귀열고 마음짓는 첫발을 나란히 내딛는 즐거운 노래꾸러미입니다.
가랑비가 가볍게 듣는 낮입니다. 부산 보수동으로 마실을 나온 사람이 제법 있습니다. 아주 많지는 않더라도, 빗길을 가만히 거닐면서 이 책 저 책 들여다보는 길손을 꽤 볼 수 있습니다. ‘좋은그림’을 바라며 찰칵찰칵 스치는 사람을 보고, 나긋이 머물며 한 자락 두 자락 품는 책손을 봅니다.
오늘은 〈동화서점〉부터 깃듭니다. 그림책을 잘 모르는 이웃님한테 드리려고 이모저모 챙깁니다. 이제 막 그림책에 다가서기를 바라는 ‘나어린 아빠’와 ‘나이든 아빠’한테 드리려고 요모조모 고릅니다. 아기가 태어나기 앞서 어버이 둘이 나란히 읽고 되새길 적에 빛나는 그림책입니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어버이 둘이 함께 읽고 배우기에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아이가 커서 스무 살이나 서른 살을 지나더라도 새삼스레 들추며 눈물짓고 웃음짓는 사랑스러운 그림책입니다.
온누리를 돌아보면 “그림책 읽는 엄마”는 늘 있습니다. 아니, 두 어버이 가운데 으레 엄마 쪽만 그림책을 읽기 일쑤입니다. “그림책 읽는 아빠”가 아주 없지 않으나 너무 적거나 드뭅니다. 아빠란, 집밖에서 돈만 많이 벌어오면 될 자리이지 않습니다. 아이는 엄마사랑과 아빠사랑을 나란히 받기를 바라요. 아이는 “어버이사랑”을 받으려고 태어납니다.
이 나라가 거듭나려면, 젊은 아빠도 나이든 아빠도, 짝맺지 않고 홀로 아재나 할배가 된 사람도, 아이 곁으로 다가가서 그림책을 읽고 동화책을 나누고 만화책을 펼 노릇입니다. 이 나라가 바뀌려면, 나라지기를 맡든 벼슬아치를 하든 하루에 그림책 한 자락씩 아이랑 꼭 읽을 줄 아는 참하고 상냥한 아빠나 아재나 할배로 설 노릇입니다. ‘그림책 아빠’가 적거나 드문 곳은 메마르고 차갑게 마련입니다.
ㅍㄹㄴ
《산적의 딸 로냐》(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일론 비클란드 그림/이진영 옮김, 시공주니어, 1999.3.20.첫/2006.10.2.28벌)
#AstridLindgren #IlonWilkand #RonjaRovardotter #RonjaRobbersdaughter
《문제아》(박기범, 창비, 1999.4.30.첫/2017.8.22.68벌)
《수경이》(임길택, 우리교육, 1999.12.15.첫/2009.11.15.13벌)
《꼬마 마녀》(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글·위니 겝하르트 가일러 그림/백경학 옮김, 길벗어린이, 1996.6.25.첫/2004.8.15.20벌)
#OtfriedPreussler #WinnieGebhardtGayler #DiekleineHexe
《종이비행기》(하야시 아키코 그림·고바야시 미노루 글/박숙경 옮김, 한림출판사,2008.6.3.)
#こばやしみのる #小林實 #林明子 #かみひこうき (1973년)
《아모스와 보리스》(윌리엄 스타이그/김경미 옮김, 비룡소, 1996.7.15.첫/2013.12.15.51벌)
#AMOS&BORIS #WilliamSteig (1971년)
《참새의 빨간 양말》(조지 셀던 톰프슨 글·피터 리프먼 그림/허미경 옮김, 비룡소, 2015.11.23.첫/2022.11.15.8벌)
#SparrowSocks #GeorgeSelden #PeterJLippman (1965년)
《발명가 매티》(에밀리 아놀드 맥컬리 글·그림/김고연주 옮김, 비룡소, 2007.2.6.첫/2017.6.26.15벌)
#MarvelousMattie #HowMargaretEKnightBecameanInventor
《세상에서 가장 큰 여자 아이 안젤리카》(앤 이삭스 글·폴 젤린스키 그림/서애경 옮김, 비룡소, 2001.10.8.첫/2007.2.5.18벌)
#SwampAngel #AnneIsaacs #PaulOZelinsky
《흉내쟁이 꼬마 발레리나》(페트리샤 리 고흐 글·이치카와 사토미 그림/김경미 옮김, 현암사, 2003.10.20.)
#TanyaandEmilyinaDanceforTwo #PatriciaLeeGauch #IchikawaSatomi (1994년)
- 둘이 춤추는 타냐와 에밀리 / 타냐와 에밀리는 두레춤
《외톨이가 된 꼬마 팀》(에드워드 아디존/장미란 옮김, 시공주니어, 2007.9.10.첫/2011.1.10.6벌)
#EdwardArdizzone #TimAllAlone (1957년)
《총을 거꾸로 쏜 사자 라프카디오》(쉘 실버스타인 글·그림/지혜연 옮김, 시공주니어, 2001.3.1.첫/2007.5.30.16벌)
#UncleShelbysStoryofLafcadio #TheLionWhoShotBack #ShelSilverstein #Lafcadio
《나무하고 친구하기》(퍼트리셔 로버 글·홀리 켈러 그림/장석봉 옮김, 비룡소, 1999.6.15.첫/2020.11.23.40벌)
#BeaFriendtoTrees #PatriciaLauber #HollyKeller
《힐드리드 할머니의 밤》(첼리 두란 라이언 글·아놀드 로벨 그림/정대련 옮김, 시공주니어, 1999.5.20.첫/2003.9.5.6벌)
#HildilidsNight #CheliDurnRyan #ArnoldLobel
《나라를 버린 아이들》(김지연 글·강전희 그림, 진선출판사, 2002.7.1.첫/2004.12.10.5벌)
《조각 이불》(앤 조나스/나희덕 옮김, 비룡소, 2001.1.10.첫/2004.3.2.8벌)
#TheQuilt #AnnJonas
《피터의 의자》(에즈라 잭 키츠/이진영 옮김, 시공주니어, 1996.6.7.첫/2010.12.25.46벌)
#PetersChair #EzraJackKeats (1967년)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