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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 우리 엄마 강금순
  • 강이경
  • 11,700원 (10%650)
  • 2017-08-15
  • : 333

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10.6.

다듬읽기 234


《우리 엄마 강금순》

 강이경 글

 김금숙 그림

 도토리숲

 2017.8.15.



  ‘강제동원·군함도·일제강점기’를 한동아리로 다룬다고 하는 《우리 엄마 강금순》인데, 막상 책을 펴면 일본말씨가 너무 잦습니다. 옆에 있는 나라가 ‘이웃나라’가 아닌 ‘사납나라’로 으르렁거리면서 숱한 사람을 짓밟고 괴롭히고 죽일 적에 그들 우두머리가 ‘어떤 말글’을 휘둘렀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멍에와 굴레를 털어내면서 새길로 어깨동무하는 하루를 지으려 할 적에는, 가장 조그맣고 나즈막한 ‘말글’부터 되찾을 노릇입니다. 그래서 차가운 사슬나라(식민지)이던 무렵에 숱한 사람이 온힘을 다해서 우리말·우리글부터 가르치려 했고, 말글부터 제대로 배우는 바탕으로 뭇갈래 뭇살림을 스스로 익힐 수 있습니다. 지난자취를 되새기면서 오늘길을 바로세울 뿐 아니라 앞길을 차근차근 열어가려면, 가장 더뎌 보이더라도 가장 밑바탕을 이루는 말 한 마디와 글 한 줄부터 다독일 노릇입니다. 불씨(불타는 미움씨)로는 못 살릴 뿐 아니라 못 가꿉니다. 말씨(마음을 담은 생각씨)를 하나씩 사랑으로 가꾸려고 할 적에 시나브로 응어리와 생채기를 씻어내는 길을 스스로 찾게 마련입니다. 줄거리도 알뜰히 짜야겠습니다만, 줄거리를 어떤 말글로 짜는지 들여다볼 때라야 비로소, 우리 엄마와 할매와 아빠와 할배가 흘린 눈물을 닦을 수 있다고 느낍니다.


ㅍㄹㄴ


《우리 엄마 강금순》(강이경·김금숙, 도토리숲, 2017)


마을에는 곡소리가 끊이지 않았어

→ 마을은 온통 목메는 소리야

→ 마을은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어

→ 마을은 온통 우짖는 소리야

13쪽


왜 그렇게 가난해졌는지

→ 왜 그렇게 가난했는지

15쪽


선녀가 따로 없었지

→ 곰네가 따로 없었지

→ 꽃님이 따로 없었지

19쪽


부산항에는 큰 너울이 일고,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었어

→ 부산나루에는 너울이 일고, 눈보라가 휘몰아쳤어

→ 부산나루에는 큰물결이 일고, 눈보라가 휘몰아쳤어

28쪽


밤이 이슥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어

→ 밤이 이슥하도록 이야기를 했어

→ 밤이 이슥하도록 마음을 나눴어

35쪽


영양실조에 걸려 죽고, 강에 묻혀 죽고

→ 못 먹어 죽고, 냇물에 묻혀 죽고

→ 배곯다 죽고, 냇물에 묻혀 죽고

40쪽


눈물이 양볼을 타고 흘렀어

→ 눈물이 두볼을 타고 흘렀어

43쪽


그곳의 아침은 일찍도 시작되었어

→ 그곳은 아침도 일찍 열어

→ 그곳은 아침도 일찍부터야

→ 그곳은 아침도 이르지

44쪽


엄마의 손발은 하루도 멀쩡한 날이 없었어

→ 엄마는 손발이 하루도 멀쩡한 날이 없어

49쪽


훌륭한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

→ 훌륭한 나라인 줄 알았거든

→ 훌륭한 나라라고 배웠거든

64쪽


우리는 열 명, 일본 애들은 백 명이어도 우리가 먼저 공격해라

→ 우리는 열 사람, 일본 아이는 온 사람이어도 우리가 먼저 쳐라

→ 우리는 열, 일본은 온이어도 우리가 먼저 달려들어라

66쪽


이것이 우리 선배들로부터 내려오는 지침이었어

→ 우리 언니한테서 내려오는 길그림이야

→ 우리 언니부터 내려오는 밑그림이야

66쪽


마음속에는 엄청난 분노가 끓고 있었으니까

→ 마음은 엄청나게 들끓었으니까

→ 마음은 엄청나게 불탔으니까

→ 마음은 엄청나게 불타올랐으니까

→ 마음은 엄청나게 치밀었으니까

66쪽


민족학교 선생님이 되는 것도 좋을 것 같았어

→ 겨레배움터 길잡이를 해도 될 듯했어

→ 겨레배움터에서 가르쳐도 될 듯싶었어

6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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