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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7.14. 다시 보름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한낮에 고흥숲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책짐을 추스르고, 씻고, 살짝 샛밥을 먹고, 얘기를 하다가 까무룩 낮잠에 들었습니다. 늦은낮에 일어나 보니 풀죽임물을 뿌리느라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와 냄새가 마을을 휘감습니다. 풀죽임물을 뿌리고 싶으면 ‘그들 논밭’에만 뿌릴 노릇이지만, 옆 논밭뿐 아니라 마을까지 온통 풀죽임물바람에 휩쓸리도록 어마어마하게 뿌려댑니다. 마치 미리맞기(백신)를 온나라 온사람한테 똑같이 밀어붙이는 꼴이라고 할 만합니다.


  저도 곁님도 두 아이도 찬바람(에어컨)을 안 쐬려고 합니다. 이른바 ‘에어컨’으로 뿜어대는 바람은 겨울바람이 아닐 뿐 아니라, 우리 몸을 살리지 않는 죽음바람인데다가, 빛(전기)을 무시무시하게 갉아먹고, 몇 해쯤 지나면 ‘에어컨’이 통째로 쓰레기입니다.


  나무 한 그루가 얼마나 대단한지 잊어버리는 판이기에, 더구나 방울나무 몇 그루가 있으면 둘레 더위를 모조리 풀어낼 수 있는데, 방울나무도 길나무도 마을나무도 함부로 가지치기를 하면서 괴롭히는 나라입니다. 나무가 나무답게 뻗고 자라는 곳이라면 여름에 안 덥고 겨울에 안 춥습니다. 나무를 죄다 밀어내고 괴롭히면서 “목돈 들이는 쓰레기인 에어컨”으로 온나라를 뒤덮는 굴레입니다.


  ‘인문책’을 아무리 많이 읽는들 깨어나지 않습니다. 인문책을 읽기에 ‘깬눈(깨시민)’이 되지 않아요. 책은 한 자락조차 안 읽었어도, 스스로 시골에 깃들어 숲빛으로 살림을 짓는 사랑이라면 누구나 깬눈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에어컨·자가용·아파트·대학교 학력·인 서울·부동산·공무원 및 대기업’에다가 ‘인문학적 소양’이라는 허울을 자꾸자꾸 덧씌우면서 스스로 망가지고 죽어갑니다.


  나무는 나무입니다. 서울나무가 나쁘거나 시골나무가 좋지 않습니다. 사람은 사람입니다. 서울사람이 훌륭하거나 시골사람이 못나지 않습니다. 눈뜨려는 몸짓이기에 사람입니다. 눈뜨며 철들기에 어른입니다. 눈망울을 반짝이면서 노래하고 놀기에 아이입니다. 부산과 서울로 이야기꽃을 펴러 오가는 길을 이레마다 잇기에 그리 바쁘지는 않지만, 길에서 보내는 하루가 꽤 길어요. 그래도 고흥숲집으로 돌아오면 샘물로 씻고 샘물을 마신 뒤에 나뭇바닥에 가만히 드러누워서 온몸을 풀며 개운합니다. 지난 보름을 바삐 살았고, 다가올 보름도 바삐 살 테고, 올해도 즐거우면서 바쁘게 보내겠구나 싶습니다. 나흘 만에 돌아온 집에서 어린 사마귀가 고개를 까딱까닥하면서 반깁니다.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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