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7.12. 전파과학사 책살피
‘현대과학신서’라는 이름은 일본책을 그대로 따왔고, 예전 손바닥책은 엮음새도 꾸밈새도 일본판을 고스란히 들여왔다. 우리는 우리 손끝으로 책을 꾸리고 지은 지 아직 얼마 안 된다. 그러나 모두 발자취이다. 창피낯도 자랑낯도 발자취이고, 흉내낯도 지음낯도 발자취이다. 맨바닥에서 하나하나 일구고 쌓으려 하던 땀으로 여길 수 있다. 다만 뉘우침글(반성문)은 책마을 스스로 쓸 수 있어야 할 테지.
‘전파과학사’ 책살피는 드물다. 좀처럼 보기 어렵다. 1970해무렵에 우리나라 웬만한 펴냄터마다 ‘일본 손바닥책 책살피’를 흉내내어 책에 하나씩 꽂곤 했는데, 크기도 꾸밈새도 다 일본살림을 고스란히 따왔다. 그렇지만 모두 발자국이다. 시늉낯도 배움낯도 발자국이고, 따라쟁이낯도 스스로낯도 발자국이다. 그저 돌아봄글(반성문)은 책마을 스스로 남길 수 있어야 하겠지.
대구책집으로 마실을 온 길에 뜻밖에 ‘전파과학사 책살피’를 여럿 만난다. 고맙게 값을 치르고서 품는다. 낮에 한참 대구 여러 곳을 걷고 둘러보면서 책짐을 등에 졌으니, 저물녘에는 이제 부산으로 돌아갈 텐데, 이 길에 작은책을 읽자. 해가 넘어갈 때까지 읽고 쓰면서 하루를 마감하자.
천천히 걸으면 된다. 느긋이 헤아리면 된다. 하나씩 짚으면 된다. 별이 돋을 하늘을 그리면 된다. 나는 오늘을 생각하면서 새롭게 배우고 한 발짝을 또 내딛는다. 나는 모레를 그리면서 새삼스레 익히고 두 발짝을 다시 뻗는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