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넌 몰라 2025.4.20.해.
네가 누구를 보면서 “넌 몰라.” 하고 말한다면, 너부터 어느 누구를 모르겠지. 누가 너를 보면서 “넌 몰라.” 하고 말한다면, 어느 누구부터 너를 모를 테고. 너나 남이 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더러 “넌 몰라.” 하고 말을 하지 않아. 너나 남이 알 적에는 “넌 어떻게 여겨? 넌 어떻게 봐?” 하고 묻겠지. 누구나 스스로 살아온 대로 보고 듣고 겪어서 받아들여. 다만 ‘보기 + 듣기 + 겪기 + 받아들이기’일 뿐이야. 보거나 듣거나 겪거나 받아들였어도 아직 알지는 않아. ‘알’려면, 스스로 틈을 두어서 여태 보고 듣고 겪고 받아들인 바를 마음에 녹이고 풀어서 바라보아야 한단다. 열매가 익듯 ‘삶’을 익혀야 비로소 알아. 배나 능금이나 감이 ‘열매 모습’이 되었어도 ‘열매’가 아닌 ‘풋열매’야. 풋열매는 안 익었기에 씨앗이 안 여물었어. 새로 태어날 숨빛이 깃든 씨앗으로 굵으려면 열매가 고르게 두루 깊이 익어야 한단다. 누구나 다른 열매이자 씨앗인데, 익히고 익을 틈을 누려야 스스로 알아. 남이 익혀 주지 않거든. 남이 ‘알려’주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스스로 받아들여서 돌아보는 틈을 누릴 노릇이란다. 겉모습이 사람이기에 사람이지 않고, 겉보기에 돌이라서 돌이지 않아. 겉모습이 자동차이더라도 장난감이나 인형이면 안 굴러가. 겉으로 보기만 한다면, 막상 너는 하나도 안 보았다는 뜻이야. 눈을 감고서 속을 보고 느껴야 알 수 있어. 마음을 열고서 그윽히 받아들여 녹이고 풀어야 비로소 눈뜨면서 알아차리지. 너는 “너(나) 스스로 모르는 줄 모를” 수 있어. 너는 “너(나) 스스로 아는 줄 모를” 수 있어. 알려면 기다리고 지켜봐야지. 알고 싶다면 먼저 물어보고서 듣고 돌아볼 노릇이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