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4.3.
오늘말. 저물녘
비둘기는 곧고 힘차게 날갯짓합니다. 제비는 날렵하게 빙그르르 돌다가 훅 곤두박을 하더니 다시 솟구칩니다. 할미새는 포로롱 날다가 스르르 떨어지는 듯하더니 다시 포로롱 올라가고 새삼스레 털썩 내리듯 하다가 다시 앞으로 날아갑니다. 그저 앞만 보며 펄럭펄럭 날갯짓을 하는 새가 있고, 내리꽂듯 휘날리는 새가 있습니다. 다 다른 삶결처럼 다 다른 매무새입니다. 사람살이에서도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이 나란합니다. 지는길과 뜨는길이 갈마듭니다. 지는꽃과 피는꽃을 갈마보고, 저물녘과 돋는녘을 마주봅니다. 힘들 적에는 주저앉습니다. 기운날 적에는 일어섭니다. 그냥 안 된다기보다 와장창 깨지거나 아예 접어야 할 때가 있고, 그냥 잘 된다기보다 샘솟거나 흐드러질 때가 있어요. 고꾸라지거나 거꾸러졌으니 바닥에 드러누워서 한참 쉽니다. 못 이기는 일을 억지를 부려서 덤비고 싶지 않습니다. 스스럼없이 자리를 낮추면서 고개를 숙입니다. 더 배울 일이기에 밀려납니다. 새로 익힐 삶이기에 스러집니다. 낮이 떠나기에 해가 넘고, 어느새 어둑살이 번지니 별이 하나둘 돋습니다. 저녁해를 굳이 안 붙잡습니다. 폭 잠들면 이튿날 아침해를 맞아요.
ㅍㄹㄴ
고꾸라지다·거꾸러지다·곤두·곤두박질·곤두박다·곤두박이·굴러떨어지다·떨어지다·떨구다·꺾다·꺾이다·끌어내리다·나뒹굴다·날아내리다·낮잡다·낮추잡다·낮추다·내려가다·내려다보다·내려앉다·내려오다·내리꽂다·내리다·내림길·내리막·내리막길·못 이기다·이기지 못하다·무너지다·밀리다·밀려나다·스러지다·쓰러지다·와르르·와그르르·와장창·우르르·자리낮추기·자리내리기·저물다·저물녘·해거름·해질녘·해넘이·저녁놀·저녁노을·저녁빛·저녁해·접다·주저앉다·지다·지는길·지는꽃·쪽박·털썩·폭삭·허물어지다 ← 하향(下向), 하향세, 하향곡선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