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5.2.6.
맑은책시렁 340
《빈둥빈둥 투닉스 왕》
미라 로베 글
수지 바이겔 그림
조경수 옮김
시공주니어
2001.12.5.
집에 기둥(가장)이 있어야 한다고 여깁니다만, 한집에 있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 다르게 기둥입니다. 한 사람만 기둥이지 않습니다. 한집에서 한 사람이 사라지면 여러 기둥 가운데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기에 한쪽으로 기울어요. 그러나 무너지거나 쓰러지지 않습니다. 다른 여러 기둥이 새롭게 힘을 모아서 집을 꾸리거든요.
나라에 기둥(대표)이 있어야 한다고 여깁니다만, 어느 나라에서든 이 나라를 이루는 모든 사람이 기둥입니다. 그래서 나라지기(대통령)를 비롯해 숱한 벼슬아치(국회의원)가 다 사라지더라도 나라는 안 무너지고 안 기울어요. 나라에는 워낙 ‘기둥(사람)’이 많은 터라, 사람들 스스로 잘 꾸려요.
나라에서는 오히려 “내가 기둥이요!” 하고 뻐기는 무리가 득시글거리면서 기우뚱합니다. 사람들은 고르게 기둥 노릇을 하는데, 몇몇 우두머리에 벼슬아치가 혼자 뽐내려 하면서 껑충 오르려 하거든요. 오히려 나라나 마을에서는 ‘뽐내는 기둥’이 없을 적에 넉넉하고 아름답고 알찹니다.
2024년 12월부터 2025년 2월 사이에 우리나라에는 ‘나라기둥(대통령)’이 없습니다. 석 달 동안 나라기둥이 없어도 나라는 멀쩡할 뿐 아니라, 도리어 ‘잘 굴러’갑니다. 나라기둥이 없이 어찌 이웃나라하고 사귀느냐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만, 여러 나라 우두머리가 만난다고 하더라도, “우두머리가 만날” 뿐입니다. 모든 나라일은 ‘우두머리’나 ‘나라기둥’이 아닌, 작은일꾼이 맡아요.
《빈둥빈둥 투닉스 왕》은 여태까지 “허울스러운 임금(나라기둥)”이 뽐내면서 빈둥빈둥 “아무 일을 안 하는 나날”이 “오히려 임금으로서는 일하는 모습”으로 굳은 나라를 어떻게 아이들이 바꾸었는지 들려주는 줄거리입니다. 어린이책이 들려주는 줄거리가 아니더라도, 우리 스스로 눈이 밝으면 다 알아챕니다. ‘그들(대통령·국회의원·장관·시도지사·군수·군의원·시의원·도의원)’은 아무 일을 안 해요. ‘그들’은 벼슬을 쥐고서 돈과 이름과 힘을 거느릴 뿐입니다. 모든 일은 우리가 스스로 합니다. ‘그들’은 기둥도 아닌 주제에 거들먹거리면서 떡을 날름날름 집어삼키면서 고물만 지저분하게 흩뿌릴 뿐입니다.
나라기둥은 누구나 하면 됩니다. 나라기둥도 다른 벼슬자리도 ‘제비뽑기’로 판가름하면 됩니다. 나라기둥이나 벼슬자리는 그야말로 시늉이거든요. 이 땅에는 몸으로 일하고, 온마음으로 살림하고, 참사랑으로 집안을 돌보는 어른이 있을 노릇입니다. 아이들은 어른다운 어른 곁에서 일과 살림을 배우면서 사랑을 새롭게 지피는 눈빛을 밝힐 적에 즐겁고 아름답습니다.
지난 석 달뿐 아니라 앞으로 석 달도 똑같습니다. 앞으로 세 해나 서른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우리는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요? ‘대통령 선거’ 따위는 이 나라에 없어도 돼요. 어느 누구도 안 뽑으면 됩니다. 벼슬아치(국회의원)도 몽땅 도려내면 되어요. 시골에 ‘군의원·도의원’이 왜 있어야 할까요? 밥그릇잔치인 이들을 모조리 도려내고서 ‘일하는 사람’이 이따금 갈마들어 나라기둥과 벼슬자리를 맡아야 ‘돈 새는 구멍’이 다 사라집니다.
일하지 않던 ‘그들’이라서, 그들은 일을 안 하면서 돈을 빼먹는 틀(법)만 세웁니다. 이 민낯을 배우는 2024∼25년이라고 느껴요. 눈금(지지율)은 허울입니다. 이쪽 머저리와 저쪽 멍청이와 그쪽 얼간이 모두 도려내고서 우리 손으로 이 땅과 들숲바다와 보금자리를 스스럼없이 도란도란 가꾸는 손짓을 북돋우면서 빛나는 하루입니다.
ㅍㄹㄴ
투닉스 왕은 그밖의 일들은 어찌 되든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333명의 신하들은 가장 중요한 일들이 척척 잘 이루어지도록 애썼다. 식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의자에 쿠션들이 놓여 있고, 가마가 준비되게 했다. (12쪽)
아무도 핌피와 함께 나무에 기어오르거나 연을 날리려고 하지 않았다. 벨벳 양복과 비단 드레스를 더럽힐까 봐 겁이 난 아이들은 숨바꼭질조차 하기 싫어했다. 그리고 핌피가 달리기 경주를 하자고 제안하자 아이들은 곱게 빗질한 머리카락이 헝클어질까 봐 두려워했다. (28쪽)
“하지만 아빠한테는 333명이나 되는 신하들이 있는걸요. 대체 어떻게 시중을 받지 않을 수 있단 말이에요!” 가우데오가 웃었다. “그렇다면 그 333명의 신하들을 쫓아내야겠네.” (60쪽)
“뭐라고? 네 생일은 겨울이잖아.” “생각이 바뀌었어요. 이번엔 여름에 생일을 할래요. 그것도 오늘로요!” 투닉스 왕이 말했다. “깜짝 놀랄 일이구나! 그렇다면 우선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네게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란다.” (109쪽)
“전 아빠가 자랑스러워요. 보물을 파내는 왕은 많겠죠. 하지만 소젖을 짤 줄 아는 왕은 틀림없이 아주아주 드물 거예요.” (114쪽)
모자를 쓴 남자가 말했다. “무슨 일이냐고요? 화날 일이죠! 궁전에 채워진 자물쇠와 쪽지를 못 봤나요? 우리 국왕이 숲에 살면서 우리를 보살피지 않는답니다.” 곱슬머리 남자가 말했다. “그러니까 우린 새로운 국왕을 찾아야 합니다.” (120쪽)
#KonicTunix (1979년)
#MiraRobe #SusiWeigel
+
《빈둥빈둥 투닉스 왕》(미라 로베/조경수 옮김, 시공주니어, 2001)
빈둥빈둥이들로 이루어진 가문이었다
→ 빈둥빈둥이 집안이다
→ 빈둥빈둥이 뼈대이다
9쪽
왕은 날씬하고 기품 있는 몸매를 가졌습니다
→ 임금은 날씬하고 멋진 몸매입니다
27쪽
아버지한테로 돌아가 곧장 첫 번째 비밀을 알려 드려라
→ 아버지한테 돌아가 곧장 첫 수수께끼를 알려주어라
60쪽
우린 새로운 국왕을 찾아야 합니다
→ 우린 새 임금을 찾아야 합니다
120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206/pimg_705175124459437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