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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 거꾸로 가자
  • 윤재철
  • 7,200원 (10%400)
  • 2012-11-23
  • : 37

숲노래 노래책 / 숲노래 시읽기 / 숲노래 문학비평 2023.5.30.

노래책시렁 337


《거꾸로 가자》

 윤재철

 삶창

 2012.11.23.



  남들처럼 가야 하지 않습니다. 남들이 안 가기에 가야 하지 않습니다. 남이야 가건 말건, 우리가 저마다 스스로 나아갈 길을 바라보면서 가면 됩니다. 내가 가는 길에 이웃이 갈 수 있어요. 내가 가는 길이되 이웃이 안 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숨결을 입고서 살아가기에, 때로는 만나고 때로는 헤어집니다. 어느 길이건 배웁니다. 나쁘거나 낫지 않습니다. 어느 길이건 삶입니다. 이쪽에 서야 좋지 않고, 저쪽에 서니 나쁘지 않아요. 금을 긋지 말아요. 새도 나비도 나무도 풀도 금을 안 긋습니다. 바다에 고래만 살지 않고, 새우나 거북만 살지 않아요. 다 다른 숨결은 서로 다르게 어우러집니다. 《거꾸로 가자》를 읽다가 “미루나무 이파리 오르가슴” 같은 글줄을 읽으며, 이런 ‘다른 길’이 아니라 ‘궂은 길’일 텐데 싶더군요. 궂은 눈길을 걷어낼 적에 금긋기가 사라집니다. 궂은 손길을 치울 적에 끼리끼리 뭉치지 않습니다. 궂은 발길을 멈출 적에 쪼개거나 가르지 않습니다. 누구나 “길을 가면” 됩니다. 스스로 아름다울 수 있는 길을 바라보면서, 궂긴 굴레를 스스로 느껴서 털면 됩니다. 천천히 걷고, 비를 맞고, 꽃내음을 맡고, 개미하고 동무하고, 참새하고 속삭일 적에, 비로소 모든 길은 거꾸로 아닌 노래로 갑니다.


ㅅㄴㄹ


나는 거꾸로 가자 / 예측 불가능하게 가자 / 벌거벗은 몸뚱이로 가자 / 저 강변 항하사 같은 금모래밭 / 남풍에 반짝이며 팔랑이는 미루나무 이파리 / 그 오르가슴을 나는 잊지 못한다 (거꾸로 가자/39쪽)


아하 아하 우리 어릴 적 흔히 먹던 것 / 우린 그냥 호박 나물이라 했는데 / 눈썹 자 붙이니 이름이 참 이쁘구만 / 호박 눈썹 나물이라 / 근데 요즘 아이들은 / 왜 그렇게 호박을 싫어하는지 / 밋밋하대나 어쩌대나 (호박 눈썹 나물/51쪽)



《거꾸로 가자》(윤재철, 삶창, 2012)


창의는 눈물에서 나오는 것

→ 새빛은 눈물에서 나온다

→ 새물결은 눈물에서 나온다

18쪽


삶은 단지 노역이 아니러니

→ 삶은 그저 고되지 않으니

→ 삶은 한낱 막일이 아니러니

27쪽


그녀는 알레고리에 익숙하다 판타지에 익숙하다

→ 이이는 돌림말에 익숙하다 꿈길에 익숙하다

→ 이녁은 견주어야 익숙하다 꿈누리에 익숙하다

38쪽


참고서대로 남녀 간 잠자리의 즐거움을 넉자배기로 말하라 했더니 야단법석이다

→ 도움책대로 즐거운 순이돌이 잠자리를 넉배기로 말하라 했더니 왁자지껄이다

52쪽


대추나무 묘목 한 그루

→ 어린 대추나무 한 그루

71쪽


내가 옥에서 나왔을 때

→ 내가 멍에를 나왔을 때

→ 내가 굴레를 나왔을 때

10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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