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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의 Feel通^^*
  • 미식가의 메뉴판
  • 나탈리 쿡
  • 19,800원 (10%1,100)
  • 2025-12-18
  • : 3,165

기억할 수 있는 어린 시절부터 채식을 했습니다. 오랫동안 비건이었다가 중년 이후부터 허용범위가 제법 넓어졌어요. 유제품은 체질적으로 먹지 못하고 소량이지만 익힌 흰살생선이나 계란, 익힌 해물은 섭취하고 있는데요. 베지테리언 중에서 페스코 베지테리언에 가깝다고 할까요. 이런 식성 때문에 외식이나 모임이 있을 때면 은근 신경이 쓰이곤 합니다. 나와 일행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메뉴를 찾아야 하니까 어딜 가더라도 그곳의 음식점 몇 군데를 골라 미리 메뉴 공부를 하는데요. 완성된 요리 사진이나 사용되는 식재료가 표기된 메뉴판은 한마디로 최고의 도구란 생각이 듭니다. 삼계탕이나 갈비탕, 국밥 같은 단일메뉴로 된 곳을 제외하면 말이죠.


 

<미식가의 메뉴판>은 메뉴가 단순한 음식 목록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한 장의 메뉴를 통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먹었던 음식을 통해 당시의 사회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읽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음식과 문학, 식문화를 다양한 사료를 통해 연구한 저자 나탈리 쿡. 메뉴에 대한 저자의 새로운 시선과 접근,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우리는 메뉴판 속에 깃든 한 끼 식사의 의미, 특정한 장소의 분위기, 특별한 손님의 참여, 메뉴의 삽화를 그린 예술가의 상징적 세계까지 읽어낼 수 있다. (...) 식사 전통에는 우리가 식사에 의미를 부여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식이 담겨 있다. 그렇기에 우리가 어느 시대에 어떤 방식으로 모여 배고픔과 공동체적 욕구를 채웠는지 생생히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메뉴판은 어떤 음식을 선택해 왔는지를 통해 우리가 누구였는지, 또 어떤 존재가 되고자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증언한다. -30쪽


 

저자는 음식 너머에 담긴 사회와 문화의 역사를 여섯 개의 챕터로 나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1장 [눈이 즐거운 만찬]은 메뉴판이라기보다 미적으로 아름다운 작품 같은 메뉴판을 만날 수 있어요. 인상주의 화가이자 현대 그래픽 아트의 선구자로 통하는 툴루즈 로트렉이 메뉴판의 삽화를 그렸다는 사실, <미식가의 메뉴판>을 통해 처음 알게 됐습니다.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 삽화로 유명한 화가이자 만화가 윌 오언의 메뉴판은 실로 매혹적이었구요. 프랑스 화가 알베르 로비다는 미래공상과학소설처럼 하늘 높은 곳에 있는 레스토랑의 모습을 메뉴판에 담았더군요. 놀랍죠?

 


4장 [우리 안의 어린시절을 위한 메뉴]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메뉴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19세기 철도나 선박을 통한 여행이 활발해지면서 아이들의 입맛을 맞추는 것만큼 식사하는 동안 아이들이 흥미를 잃지 않을 수 있도록 다양하게 메뉴판을 제작했는데요. 동화에 등장하는 토끼나 코끼리 모양의 메뉴판에 색깔이 화려한 삽화를 곁들여 아이들이 선택하기 쉽게 했구요. 메뉴판에 점 잇기 놀이 장치를 해놓은 것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시대에 따라 건강한 음식의 기준과 사람들의 취향이 어떻게 달라졌고 그에 따라 식당들은 어떤 마케팅으로 대응했는지 전하는데요. 본문 곳곳에 수록된 화려한 메뉴판 덕분에 책 읽는 내내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는 기분이 들었답니다.

 


메뉴판은 식사가 실제로 이루어지던 순간과는 시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이들에게, 그동안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내용을 읽고 있는 이들에게 말을 건넨다. -280~2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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