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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의 Feel通^^*
  • 오래된 뜬구름
  • 찬쉐
  • 14,220원 (10%790)
  • 2025-11-25
  • : 2,360

기이하다. 책을 읽은 첫 느낌이 ‘기이하다’고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그 어떤 단어로도 표현할 수가 없다. 날카로운 비명 소리 같은 바람이 부는 날, 밤새 기분 나쁘고 소름 끼치는 악몽에 시달리다가 깬 기분이랄까? 어떠한 개연성도, 맥락도 없이 이어지는 악몽에서 간신히 깨어났지만 눈을 뜨고도 쉽사리 벗어날 수가 없는 그런 느낌이 드는 소설이다. <오래된 뜬구름>은.

 


‘닥나무의 새하얀 꽃이 빗물을 잔뜩 머금어 몹시 무거워졌다. 9쪽.’ 첫 문장에서 알아차렸어야 했다.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가 몹시 음울하고 음산하고 어쩌면 불쾌해질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 계절에 왜 창문을 활짝 열어놓지? 복도에서 내부가 다 보인다는 걸 모르나?’ 매일 아침, 출근하려고 현관을 나서자마자 옆집의 복도로 난 창문이 열려있는 걸 보곤 한다. 환기를 참 독특하게 하네, 싶다가도 살짝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지하철을 놓치지 않으려고 서둘러 나온 날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머리나 옷매무새를 가다듬을 때 어쩐지 저 창문에서 누군가 지켜보는 듯한 느낌...

 


<오래된 뜬구름>에서 풀어내는 겅산우와 무란, 라오쾅과 쉬루화 두 부부의 이야기에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두 부부가 사는 집 앞의 닥나무에서 커다랗고 하얀꽃이 땅에 떨어진 날이었다. 겅산우가 땅에 떨어진 꽃을 신발 바닥으로 짓이기듯 밟고 있을 때 그 모습을 비쩍 마른 얼굴의 이웃집 여자 쉬루화가 창살 사이로 지켜본다. 이웃한 집에 사는 이들간의 친밀감은 온데간데 없고 서로가 서로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하고 감시하는 것이다. 서로 이웃집 창문 너머로 ‘남의 사생활을 엿보지 말’라며 쪽지나 죽은 참새를 넣은 봉투를 던지기도 한다. 상대가 자신을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 나머지 라오쾅 부부는 창살을 두르고 무란은 나무에 거울을 매달아 상대를 감시하기에 이른다. 라오쾅의 어머니는 한 술 더 떠서 ‘주변의 밀정들을 경계하라’는 당부를 적은 쪽지를 아들네에게 보내기도 한다. 이웃집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사소한 움직임 하나까지 샅샅이 훔쳐보는 뒤틀린 욕망, 염탐의 극한을 지켜보면서 내내 불편한 마음이 일었다. 저자는 대체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된다는 찬쉐. 본명은 덩샤오화이다. 찬쉐는 필명인데 ‘겨울 끝에 남은 더러운 눈’, ‘높은 산꼭대기의 순수한 눈’이란 의미라고 한다. 녹다 남은 눈의 ‘더러움’과 ‘순수함’을 동시에 상징하는 ‘찬쉐’, <오래된 뜬구름>으로 처음 만났다. 꿈과 현실, 아름다움과 추함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인간의 본성, 어디까지 추악할 수 있는지 담아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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