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다시,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학창시절엔 역사의 시대적 배경이나 의미는 차치하고 무조건 달달달 암기하는 것에만 몰두했다. 참고서 구석구석 박혀있는 자잘한 글자까지 모두 암기해야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해하지 않고 들입다 암기만 했던 공부는 오래가지 않았다. 휴대전화와 같은 전자제품의 프로그램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업그레이드 되듯 공부도 그랬으면 좋으련만 오히려 정반대였다. 암기에 들인 속도보다 몇 배나 빨리 잊혀졌다. 문제가 심각하다.
중년에 다시 역사책을 읽으면서 지난날의 나를 돌아보게 됐다. 시간이 걸려도 좀 이해하려고 노력해볼걸 그러지 못한 게 후회가 됐다. 아쉬운 마음이 드는만큼 더욱 역사에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모르는 지명이 보이면 가장 먼저 지도를 찾아보게 됐다. 지형 조건은 어떤지 어떤 강이 흐르고 주변국과의 관계와 상황을 살펴보려고 한다. 물론 그렇다고 완벽하게 이해되는 건 아니지만.
몇 년 전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서양편>을 인상적으로 읽었다. 책 한 권 읽는다고 과연 역사 아는 척하기가 가능할까 살짝 의심하기도 했지만 읽고 난 느낌은 대만족. 그 책을 계기로 알게 된 [두선생의 역사공장]이라는 수시로 찾아보는 채널이 되었다. 최근에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동양편>이 출간되었다. 목차를 보니 유투브로 접했던 내용도 있었지만 활자로 된 책을 읽는건 또다른 느낌이라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책은 크게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동양에서 가장 방대한 면적의 땅 중국을 시작으로 멀고도 가까운 이웃 한국와 일본, 남아시아와 중앙유라시아를 거쳐 동남아시아를 마지막으로 설명하고 있다. 지도상의 위치 즉, 지정학적 위치를 시작으로 지리적 여견과 역사의 흐름을 이나 짚어주는데 구어체로 표현되어 있어서 마치 저자의 유투브 영상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특히 중국의 한족을 설명하면서 ‘중국의 역사는 ‘퐁당퐁당 역사’예요. 분열과 혼란기, 통일기가 ‘퐁당퐁당’ 반복’된다는 대목은 ‘퐁당퐁당’이란 표현 때문인지 더욱 인상적이었다. 중국에서 ‘강’이 중요했다면 한국은 ‘산’이었다. 국토의 70%가 산으로 이뤄진 우리의 지명에 담긴 의미를 이야기하고 일본을 알려면 자연환경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흔히 알고 있는 한국사를 비틀어보거나 역사적인 관점에서 지정학을 살펴보는 대목도 기억에 남는다. 하나의 챕터가 마무리되는 지점에 간략하게 ‘챕터 정리’를 해놓은 부분도 좋았다.
얼마전이었다. 주한미군에서 위아래가 뒤집힌 ‘거꾸로 동아시아 지도’를 만들었다는 기사를 봤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남북이 180도 뒤집힌 ‘거꾸로 세계지도’를 보니 대한민국은 더 이상 삼면의 바다에 둘러싸인 반도의 끄트머리 국가가 아니었다. 바다를 중심으로 세계를 향해 활짝 열려 있는 모습이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지리와 역사는 결코 뗄 수 없는 관계다. 지리를 통해 지난 과거를 알 수 있듯 다가올 미래를 어떻게 개척해나갈지 힌트도 바로 지리와 지형에 있다. 저자는 말한다. 역사를 알려면 우선 그곳의 지리를 알아야 한다고. 그래선지 본문에는 수시로 지도와 표가 수록되어 있어서 내용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역사, 특히 동양의 역사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접근하고 싶은 이에게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동양편>은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