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몽당연필의 Feel通^^*
  • 쿠로와 함께한 여름
  • 하토
  • 13,500원 (10%750)
  • 2025-06-24
  • : 565

어릴적 집에선 늘 개를 길렀다. 당시만 해도 좀도둑이 심심찮게 출몰하던 때여서 집을 지키라고 데려왔다. 견종을 알 수 없는 믹스견이었지만 무척 귀여웠다. 외출하고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개는 목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펄쩍펄쩍 뛰며 반겼다. 지금도 기억나는 개의 이름은 ‘지지’였다. 하얀 털의 까맣고 동그란 눈이 정말 예뻤다. 잘 짓지도 않아서 기르는 동안 딱 한 번 “멍!”했던 게 전부였다. 그런 지지가 어느 날 갑자기 집을 나가버렸다. 무더운 여름날 목욕을 시켰는데 하필 대문이 열려있었던 거다. 방과후 집에 가보니 지지가 보이지 않아서 며칠동안 온 동네를 다니며 찾았지만 허사였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쿠로와 함께 한 여름>을 보자마자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지지가 떠올랐다. 만화가 하토에게는 ‘쿠로’라는 반려견이 있었다. 쿠로는 먹는 걸 좋아하고 걷는 게 특기였다. 여느 개와 다르지 않았지만 저자에게 쿠로는 특별한 존재였다. 그렇게 저자는 15년 9개월간 함께 했던 쿠로와 작별하고 만다. <쿠로와 함께 한 여름>는 쿠로와의 작별을 담고 있다.


 

모든 생명은 인간이든, 동물이든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바꿀 수 없는 절대진리이지만 오랫동안 함께 하며 감정을 나누었던 이의 죽음은 그것이 동물이라 할지라도 큰 충격이다. 저자 역사 마찬가지였다.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쿠로를 보며 저자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러다가 결국 쿠로와의 기나긴 작별을 준비하게 된다. 자다가 눈을 떴을 때 자기 앞에 보이던 동그란 뒤통수를 평생 그리워하게 될 거라고.


 

‘지지’를 잃어버리고 몇 달이 지난 어느날이었다. 꿈에 지지를 만났다. 꿈속의 지지는 털이 예전보다 더 하얗고 눈도 더 크게 동그랬다. 몰라보게 예쁜 모습으로 나타난 지지는 한참 날 빤히 쳐다봤는데 그게 반가우면서도 왠지 슬펐다. 더이상 자길 찾지 말라고. 이게 마지막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작별 인사 하러 내 꿈에 찾아온 것 같아서.


 

애완견에서 반려견으로. 집에서 기르는 개의 명칭이 달라진 것처럼 반려견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했다. 예쁘고 귀여워서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한 가족처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가 되었다. 모든 생명은 사랑하는 만큼 책임이 따른다는 걸 또 한 번 느낀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