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랜만에 맑음터 식구들이 준비한 팥죽제에 다녀왔다. 맑음터는 여성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모여 살고 있는 마포 도심의 작은 공동체로 나와는 벌써 7년째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학교 다닐때는 심심해서 놀러도 가고, 배고파서 밥먹으러도 가고, 일하러도 가고 자주자주 드나들었는데, 졸업을 하고 이사를 하고 바쁘고 멀다는 핑계로 요즘은 일년에 발걸음하는 경우가 몇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매달 조금씩 보내드리는 후원금이라고 붙이기도 민망한 후원금으로 그 미안함을 덜어보려해도 물질적인 것들보다는 사람의 정이 더 그리운 사람들이기에 무거운 마음은 쉽게 덜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매년 12월 동지즈음에 열리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팥죽제 행사에는 꼬옥 참석하려고 하는데, 올해도 회사 송년회가 비껴가서 다행이다. 7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는데, 이미 언니들이 준비한 사물놀이와 댄스 스포츠 공연이 끝나고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라있었다. 나는 그 곳 맑음터 사람들을 언니라고 부르는걸 좋아한다. 나보다 나이가 어린 친구에게는 이름도 부르고, 비슷한 연배에게는 OO씨,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에게는 언니라고 나누어 부르지만 어디가서 맑음터 식구들을 얘기할때는 항상 언니라고 부른다. 그들은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데, 들을때마다 부끄럽고 민망하지 그지 없다. 어머니들께서 만들어주신 맛난 팥죽과 음식들을 깨끗하게 싹싹 비우고 이어지는 마임공연과 핸드벨 연주에 환호했다. 10명의 핸드벨콰이어들이 들려주는 핸드벨 연주는 전문연주자의 그것보다 가슴 뭉클하고 아름답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분들이 끝까지 함께해주어서 더 풍성한 축제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에 찾아가 얼굴만 삐죽 내밀고온 나를 잊지 않고 반갑게 따뜻하게 맞이해준 맑음터 식구들 늘 고맙습니다. 맑음터 식구들을 알게 되어 함께 밥먹고, 웃고, 어울리면서 장애와 장애를 가진 이들에 대한 편견을 조금이나마 허물수 있었고,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일이 특별한 이들만이 하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평범한 이들이 일상 속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그대들 오래오래 함께 해요.
일하기 싫은 오후, 오늘도 이 소소한 행복때문에 웃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