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향기를 가진 사람♡

오늘 태안 신두리 해수욕장에 다녀왔습니다. 그저께 마음 맞는 동료와 얘기하면서 같이 관악구 자원봉사센터에 토요일 자원봉사 신청을 했습니다. 금요일 회사 웍샵에 참석하고 토요일 새벽에 돌아오는 일정이라 체력이 버티어줄까 조금 걱정도 했지만 워낙 타고난 기초체력인지라 무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현지에 도착해서 모래사장을 뒤덮고 있는 기름 덩어리를 보면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10cm를 넘게 파도 기름 덩어리가 나오고 더 나왔습니다. 3중 마스크 속을 파고드는 기름냄새에 잠시 숨을 참아봅니다. 오염된 모래만을 골라내려고 고무장갑 낀 손으로 모래바닥을 긁습니다. 주어진 시간이 얼마되지 않았기에 같이 간 동료와 얘기도 몇 마디 나누지 않고 묵묵히 땅을 파서 모래를 포대에 담습니다. 아이구 아이구 한숨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그 한숨 애써 참아봅니다. 육개장에 밥을 말아 한 그룻 뚝딱 비웠습니다.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었기에 좀더 분주하게 몸을 움직입니다. 밀물때를 준비해서 흡착포를 깔고 흙으로 덮어 고정시켜둡니다. 물위에 둥둥 떠다니는 기름을 흡착포로 빨아들이고, 모래에 끼어있는 기름을 꾹꾹 눌러봅니다. 곧 밀물때가 됩니다. 그러면 흡착포는 기름을 삼키고 해변으로 떠밀려오겠지요. 부디 많이많이 삼키기를. 내일이면 이 밀물이 빠져나간 그 자리에 또 시커멓게 기름덩어리가 덮히겠지요. 하지만 기름 덩어리가 하나없는 뽀얀 백사장을 만들 수 있으리란 믿습니다. 그 믿음이 이 시련을 잘 이겨낼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라 생각합니다. 함께 힘을 모은다면 기적이 아니라 현실로 이룰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오늘 현장에서 그 믿음을 함께하는 수백명의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보았습니다.

마음만은 따뜻한 하루였습니다.

덧, 직접 가실 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제가 아는 내용은 내일 정리해서 올리도록 할께요.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