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라딘 북펀드에 투자한 책입니다.
성소수자를 뜻하는 약어 LGBTQ+의 Q는
Queer 또는 Questioning의 머리글자다.
퀴어(Queer)는 과거에 퀴퀴한 단어였다. Queer의 원뜻은 ‘기묘하고 괴상한’이다. 성소수자를 기괴한 존재로 여긴 사람들이 퀴어를 쓰기 시작했다. 퀴어는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를 싸잡아 멸시할 때 쓰는 단어로 변질되었다. 남성도, 여성도 아닌 성소수자들은 음란한 죄인으로 취급받았고, 퀴어는 그들의 가슴에 박힌 주홍 멸칭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성소수자들은 각자 마음에 드는 색을 골라 주홍 멸칭 위에 칠했다. 무지개색 무늬가 아롱진 퀴어는 아기자기한 성 정체성(gender identity)을 지닌 가지각색 성소수자들의 명칭으로 변신했다.

퀘스처닝(Questioning)은 스스로 물음표를 만드는 성소수자다. 이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분명하게 말하지 않는다. 성 정체성을 확정 짓는 마침표가 없다. 계속해서 스스로 묻는다. 비성소수자(non-sexual minority, non-queer)는 태어나면서 병원에서 지정받은 생물학적 성별과 자신의 성 정체성이 일치한 시스젠더(cisgender)다. 시스젠더는 퀘스처닝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시스젠더는 퀘스처닝의 삶에서 연달아 나오는 물음표 신호를 ‘404 Not Found’로 읽는다. HTTP의 오류 코드 404 Not Found는 서버에 파일을 찾지 못했을 때 나온다. 404는 오류(error)를 뜻하는 숫자다. 하지만 퀘스처닝은 오류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들의 성 정체성 탐구는 멈추지 않는다. 퀘스처닝의 물음표와 404는 새로운 성 정체성에 눈뜨게 해주는 ‘즐거운 오류(The Gay Error)’다.
균류와 버섯을 연구하는 생물학자 퍼트리샤 오노니우 케이시언(Patricia Ononiwu Kaishian)은 퀘스처닝이다. 그/그녀는 20대에 자신이 양성애자임을 인식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자신의 성 정체성을 모르겠다고 말한다. 케이시언은 성 정체성을 탐구하러 숲에 간다. 그/그녀에게 숲은 푸르고 울창한 실험실이 아니다. 숲은 인간-자연, 수컷-암컷으로 구분하는 이분법이 없는 편안한 보금자리다. 퀴어한 숲(queer-forest)에 사는 균류와 버섯은 케이시언을 닮은 연인이다. 곰팡이에 가까운 균류는 식물이 아니다. 균류는 광합성을 하지 못해서 다른 식물이나 동물 사체에서 나온 영양분을 먹으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균류는 동물에 근접한 생물로 분류되지만, 암수 구분이 없다.
우리에게 친숙한 균류인 버섯을 먹고 자라는 달팽이와 민달팽이는 자웅동체 (Hermaphrodite)다. 한 몸에 암컷과 수컷의 생식기 모두 가지고 있다. 성염색체와 성호르몬의 변이는 인간의 신체 발달에 영향을 준다. 남성과 여성 생식기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이 태어난다. 겉모습은 남성이지만 몸속에 자궁과 난소가 있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생물학적 남성과 생물학적 여성의 정의에 부합되지 않는 사람을 ‘간성(間性, intersex)’이라고 한다.
시스젠더의 눈빛은 단조롭다. 고정된 눈빛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살아 있는 존재를 만나면 성별 이분법에 무조건 맞추려고 한다. 시스젠더는 마침표를 만나면 편하다. 마침표 없이 물음표만 가득한 성소수자와 대화하는 일을 어려워한다. 케이시언의 《자연은 퀴어하다》는 오랫동안 굳어버린 시스젠더의 눈빛을 분해해서 말랑말랑한 무지개색 퀴어로 만드는 프리즘(prism)과 같은 책이다. 퀴어함은 불확실하고, 여러 가지가 한데 섞은, 말 그대로 뒤죽박죽이 된 존재 방식이다. 이러니 퀴어함에 물음표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직성이 풀리고, 확실성을 선호하는 시스젠더는 퀴어함의 모호성을 괴탄한다.
물음표가 익숙한 퀴어는 상식에 어긋난 존재 방식에 호기심을 느낀다. 자신들처럼 모호하고, 간단명료하지 않은 존재를 만나면 친구나 동지가 된다. 케이시언은 잘 알려지지 않은 퀴어한 생명체들의 다중 매력에 감탄한다. 그/그녀는 퀴어한 숲에서 느낌표를 발견한다. 또한 그들을 마구 대하는 연구 대상이 아닌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스승으로 여긴다.
이분법으로만 생각하려는 강박에 벗어나면 여러 개의 질문을 엮는 물음표들이 익숙해진다. 물음표를 만드는 삶은 호기심을 돋운다. 명확하지 않고, 모순적인 존재 방식을 만나면 거부하기보다는 감탄한다. 물음표가 느낌표로 변하는 순간이다. 우리는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면 성취감을 느낀다. 하지만 새로운 지식이 평범한 상식이 되면 마침표를 찍는다. 더 이상 물음표와 느낌표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물음표와 느낌표가 섞인 인터러뱅(interrobang)은 비표준 문장 부호다. 표준에 벗어난 퀴어, 특히 간성(intersex)과 아주 잘 어울리는 부호다. 퀴어는 명료하지 않거나 모호한 존재에 절대로 마침표를 찍지 않는다. 물음표를 달아서 모호성의 매력을 찾는다. 모호성에 친숙한 매력을 발견하면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뀐다. 하지만 퀴어의 탐구는 계속 된다. 느낌표는 다시 물음표로 바뀐다. 퀴어는 올바르고 정상적인 상식임을 인정하는 확신의 마침표를 떼어낸다.
퀴어는 비정상으로 분류되는 모순과 모호함을 사랑한다.
모호한 존재를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물음표),
흥미로운 매력을 발견하면 경탄한다(느낌표).
¿ 인터러뱅은 퀴어하다 ¡
서평의 원칙에 벗어난 잡문을 쓰는
cyrus의 주석과 정오표
* 114쪽

두 탐사선은 태양계를 여행하면서 목성의 위성 로에 화산이 있음을 밝혀냈고[주1] 토성의 위성 타이탄의 질량과 복잡한 대기를 측정했다.
[원문]
As the two probes began their journeys, they revealed volcanoes on one of Jupiter’s moons, Io, and measured the mass and complex atmosphere on one of Saturn’s, Titan.
[주1] 목성의 위성 명칭이 잘못 적혀 있다. ‘로’가 아니라 ‘이오(Io)’다. 이오는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가 발견한 네 개의 위성 중 하나다. 현재까지 발견된 태양계의 모든 위성 중에서 화산이 있는 위성은 이오와 트리톤(Triton, 해왕성의 위성)이다.
* 미주, 258쪽

Eli Clare, Exile and Pride: Disability, Queerness, and Liberation [주2]

[주2] 한국어판: 일라이 클레어, 전혜은 · 제이 함께 옮김 《망명과 자긍심: 교차하는 퀴어 장애 정치학》 (현실문화, 2020년).
[서평]
<내 몸을 노리는 도둑들에 저항하기>
2020년 5월 9일 작성
https://blog.aladin.co.kr/haesung/11705564